호암자전을 읽고

호암자전

어려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책은 첫째도 둘째도 전기(傳記)였다. 그런 나에게 어떤 사람들은 종종 “왜 남의 자랑섞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냐. 남의 삶을 부러워 말고 너만의 삶을 살아라”라고 충고한다. 독서 취향이 나와 다른 것은 어찌 못하지만, “나만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써 전기 문학 읽기가 옳지 못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나만의 삶을 훌륭하게 개척해가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많은 사람들이 창의력을 강조할 때면 “think out of box”라고 떠올리고, 그에 따라 “the box”를 무조건 피해야할 대상으로 여기는 오류와 같다. 창의력이란 사실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 보다는 다양한 모습의 박스를 관찰한 상태에서 주어진 상황에 꼭 알맞는 모양의 박스를 고안해내는 것에 가깝다.

전기문학 읽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내가 이번에 호암자전을 읽었다고 해서 대구에 내려가 건어물 가계를 열 것도 아니고, 마산에 내려가 정미소를 차릴 것도 아니다. 그와 내게 주어진 환경이 다르다. 그러나 세상에는 강산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반복되는 것들 많다. 가령 그는 현대 경영학이 가르치는 많은 핵심들을 자문자답을 통해 스스로 터득했는데, 그 철학을 살펴볼 수 있다. 그는 우선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과 소비자(그의 표현을 따르자면 국가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과 스스로 제공할 여력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조사를 통해 깊이 알아보았다. 사업을 운영할 때에는 최고의 인재를 까다롭게 선발하고, 한번 기용한 인재는 ‘의인물용, 용인물의’의 정신으로 전적으로 신뢰하고 일을 위임하였다. 그렇게 쌓은 부를 축적해 놓았다가 다음 단계의 산업으로, 즉 무역업에서 경공업, 경공업에서 중공업, 중공업에서 첨단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투자하였다. 개인적으로 축적한 자산은 본인이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에 투자했는데, 언론, 문화, 박물관과 교육재단 설립 등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심오한 내용은 아니지만 경영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깨달을 수 있고, 특히 그의 삶의 궤적을 보면서 나 또한 그의 이런 저런 모습을 본 떠 내가 꿈꾸는 미래에 적용시켜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인물이 살았던 시대와 사회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음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덤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삶을 읽는 내내 되새긴 하나의 사실은, 역시 자신의 뜻, 혹은 비전을 현실화 하는 것에 있어서 사업가 만한 직업이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사업가는 비전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비전은 사업가를 통해서만 현실화 된다. 물론 어떤 비전이 정치적으로 현실화된 경우도 많이 있으나, 그것이 힘을 얻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업 부분의 협조가 따라야 한다고 본다. 또한 현대 사회의 변화는 사업가를 통해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본다.

어쨌든 그는 항상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해당 사업의 상세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고, 그 비전과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상세한 준비 덕분에 국가, 기술과 자금을 빌려주는 외국관계자, 회의에 찬 삼성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가령 그는 다음 단계의 산업에 도전할 때마다 반대에 부딪혔다고 밝혔는데, 반도체와 같은 첨단산업에 진출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주변의 의심과 만류에, 그는 “산업의 쌀인 반도체가 없으면 삼성의 미래도 한국의 미래가 없노라”고 비전을 분명히 밝혔다. 그것이 현실화된 지금을 보면 너무나 옳은 결정이었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두 가지 정도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이것이 자서전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의 삶을 스스로 이 정도로 복구해낼 수 있는 것도 대단한 일이며,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그의 삶에 대해 자신보다 더 잘 아는 사람도 드물 것이라는 점에서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스티브 잡스나 워렌버핏의 경우 자신이 전기작가를 ‘직접’ 선정한 뒤, 그들이 자신을 비롯한 주변 인물들을 마음껏 인터뷰하도록 했고, 관련된 자료들을 모두 제공해주었다. 또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책을 보여줄 필요도 없으니 좋은 것 나쁜 것 다 적으라고 지시하거나(스티브 잡스), 내가 말한 것과 다른 이가 말한 것 중 상반되는 것이 있다면, 덜 화려하고 일반적인 것으로 택하라(워렌 버핏)고 지시했다. 덕분에 공신력없는 작가가 작성한 전기보다 훨씬 믿을만 하면서도, 보다 깊이 있고도 전체적인 관점으로 그 사람과 당시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책이 되었다는 점에서, 배우기도 많이 배웠지만 재미있는 독서였다. 우리나라에서 전기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될 만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고, 그들이 되도록이면 자서전 보다는 이렇게 제3자의 시각을 통한 전기를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두번째도 비슷한 맥락인데, 삼성을 이해하기 위한 전체적으로 전체적인 그림을 제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점이다. 부정축재자로 비난 받은 사실이나 사카린 밀수사건 등에 대해서 언급되는데, 내가 이런 사건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다보니 그의 입장 그대로 상황을 바라보게 된다. 그의 의견이 거짓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의 시각과 밖에서 삼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하나의 상황을 서로 다르게 해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하나의 기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도 삼성을 둘러싼 다양한 평가,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관련 책을 찾아보았으나 당장 필요한 공부가 될 것 같지는 않아 미뤄두었다. 다만 삼성을 일으키고 키워온 사람이 삼성에 대해서 가졌던 꿈은 무엇이었으며, 그가 해석한 삼성에 대한 평가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겠다.

편집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어 책을 받자마자 불만을 담아 페이스북과 Yes24에 올렸다. 뜻밖에 Yes24에서 해당 글을 내리면서 나남출판사의 사장이자 주간인 분의 나의 글에 대한 반론을 담아 보내주었다. 책의 부피와 한자 병용에 대한 불만이었는데. 책의 부피에 대해서는 여전히 필요이상 크다는 생각이지만, 불만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이 아니었다. 한자 병용에 대해서는 그가 ‘기본적인 한자 조차 모르는 젊은 세대를 위함’이라고 밝힌 취지 그대로 도움을 얻었다. 다양한 한자 표현에 노출되었고, 나도 모르게 궁금해져서 옆에 적힌 한자를 참조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나이가 드는 만큼 앞으로는 더 신중하게 글을 쓰고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였다. 발간하자마자 그딴 글이 올라오니 관계자분들이 꽤나 불쾌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죄송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끝으로, 이병철에게 일본은 항상 배움의 대상이자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미우긴 미워도 배울 것은 배우고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배우는 사람의 자세이고 미래가 있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그 뿐만 아니라 스티브잡스에게도 소니(Sony)가 영감의 원천이었으니 무엇을 더 덧붙히겠는가. 분명히 배울 것이 많은 나라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독서는 그동안 미뤄왔던 독서, 일본의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읽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또 나남출판사의 책이다. 기대된다.

[세계의 명문 대학을 가다]를 보고 느낀점 II: 집중력과 집중의 누적

Youtube 동영상 보기: 세계의 명문 대학을 가다

1. 집중력

8시간을 앉아서 공부에 몰두하는 집중력. 엄청난 내공을 필요로 하는 경지다. 그러나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집중력 역시 중요하다. 자신의 노력을 수십년에 걸쳐 쏟아 부을 분야는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집중력도 필요하다. 여기에서 집중력이란 그 외에 나머지 것들에는 “No” 라고 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Focus is about saying NO” – Steve Jobs(http://goo.gl/KjwzC)

2. 집중의 누적
이렇게 대학 4년을 보낸 학생과 어영부영 살아온 학생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생긴다. 그들이 4년간 습득한 전공의 깊이와 너비의 엄청난 격차는 오히려 마이너한 이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몸에 벤 삶의 태도이다. 각자의 인생에 전공과 상관없는 전혀 새로운 도전 과제가 나타났을 경우 두 학생이 임하는 자세가 다르고, 쏟아 붇는 자원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전자의 경우 하루에 4시간 씩 공부하고도 한참 부족함을 느끼는 반면, 후자는 그 4시간이 한계일 수 있다.

나 스스로 지방대 생으로서 ‘학벌’에 대한 불만을 종종 듣게 되는데, 이런 불만에는 보통 학교 이름을 제외한, ‘사람의 실력 자체에는 차이가 없지 않느냐’는 가정이 담겨있다. 물론 그 가정이 타당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믿기 이전에, 정말 계급장 떼고 붙으면 승산이 있을 만큼 노력을 하고 있는 지를 되돌아 보자. 그런 노력을 얼마나 오랬동안 지속해 왔는 지도 따져봐야 할 부분.

3. 추천 다큐 및 도서: [SBS다큐 세계의 명문대학을 가다] + <Making the Most of College>

이 동영상은 SBS의 오래된 다큐 [세계의 명문대학을 가다]. 지금 올린 동영상은 어떤 분이 블로그에 올리신 것을 받은 것이고, 나는 해당 다큐를 2011년에 찾아 봤었다. 1,2부로 나뉘어있는 이 다큐는 1부에서는 세계 명문대학생들을, 2부에서는 그들을 가르치는 교수들과 이들 대학들에 불고 있는 혁신의 바람에 대해 다룬다.

이 동영상과 더불어 <Making the Most of College>라는 책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의 저자인 Light 교수는 1600명의 하버드대 학생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대학생활과 학업에 대해 연구해 이 책에 담아냈다. 전 세계 최고의 인재로서 입학한 이들의 대학 생활 중에도 계속해서 엄청난 격차가 생겨나는데, 모든 원인은 결국 ‘시간 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해당 다큐와 책에 대한 정리 및 리뷰는 여기(http://goo.gl/q8joVX)

스마트 폰 없는 행복한 삶: 2.26대란일에 중고 레이저폰을 구입하며..

1969357_717532421632502_1040359333_n

 

[스마트폰 없는 행복한 삶]

2.26대란이 일었던 지난 2월 26일, 나는 모토로라 레이저(중고)를 주문하며 약 반년 간의 2G폰 생활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 + 게으름으로 인해 개통은 오늘에서야..)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들도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나름의 설명도 할겸, 앞으로 스마트폰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카톡 답신이 늦어질 분들에게 미리 양해도 드릴 겸, 내 반년간의 “스마트폰 없는 행복한 삶”에 대한 리뷰를 남겨보고자 한다.

스마트폰의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특질은 사람을 편리하고 심지어 ‘Smart’하게도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Unsmart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우연히 스마트폰을 분실한 직후의 1-2주 간은 굉장히 불편하고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자유로움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내가 내 시간을 주재한다는 느낌이 너무 좋다. 그 장점을 열거해 보자면,

1.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갖는 독서 시간을 원래 너무나 사랑하지만, 스마트폰이 있을 땐 그러기 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한번 봤던 타임라인을 몇 번이고 다시 보곤 했다. 특히 그렇게 이동 중에 나도 모르게 허비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아까웠다.

스마트폰이 없어진 후로 나는 보통 하루 3시간의 이동 시간 동안 잡지와 신문 혹은 책을 읽었다. 지난 방학 동안은 그 시간에 중국어 공부를 했는데, ‘익히기’를 할 경우 이동 중에 할 수 있는 분량이 엄청 많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2.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정보를 주로 내 관심사와 연관된 수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통해 얻곤했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렇게 내게 노출된 정보가 꼭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지니지는 않다는 점, 그런데 손이 간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뉴스피드는 나름의 알고리즘에 따라 내가 관심가질 만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데, 그것이 필연적으로 내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같은 정보를 얻더라도 SNS에 떠돌아 다니는 정보 보다는 종이매체(가령 신문, 잡지, 책)을 통해 얻는 정보가 훨씬 낫다. 일반적으로 보다 믿을 만하며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SNS가 갖는 신속성과 다양성을 나는 너무 사랑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깊이와 속도, 둘의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그 깊이 면에서 좋은 예가 <The Economist> 인데, 지난 12월부터 정말 애독하고 있는 잡지다. 왜 이 잡지를 왜 저널리즘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지를 매주(주간지) 감탄하면서 실감하고 있다. 기사 하나 하나를 통해 단순한 정보가 아닌 insight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데이타들을 얻고있다. 물론 아이패드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글은 손가락으로 찍찍 내리면서 읽을 대상이 절대 아니다. 오로지 밑줄과 형광펜, 그리고 메모로 소화해내야하는 글들이다.

이 잡지와 더불어 경제신문도 같이 구독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SNS와 포탈)이 제공해주는 내가 ‘관심 가질만 한 정보’만 얻던 때와는 완전 다른 시각이 되었다. 국내외 돌아가는 소식을 ‘균형감’있게 얻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여기에서 균형은 양적인 면이다. 내가 ‘알아야 할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이고, 논조 면에서는 두 언론에는 균형감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그리고 특히 The Economis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도 바로 이들의 뚜렷한 ‘색체’이다. 이 잡지를 통해서는 세계의 전통보수진영이 세계의 현안에 대해 가진 생각은 무엇이고 그에 기반하는 철학과 근거는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설프게 이도 저도 아닌, 혹은 균형잡은 척, 그러나 실제 그렇지 않은 언론보다 100배 낫다. 적어도 내가 얻는 정보가 어떤 정보인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읽는 정보의 시각으로 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경은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균형잡힌 사고를 시도하기가 편하고, The Economist의 경우는 <Letters>에 자신들의 논조에 대한 반론도 올려준다. 여기에 이 잡지의 지난 기사에 대한 다양한 독자들의 시각을 담아 전달해 주는데, ‘아르헨티나의 100년에 걸친 쇠락’에 대한 글을 읽고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아르헨티나 경제부처의 의견을 듣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편향되어 있으나 편협하지 않은 언론이라는 느낌.

두 신문 구독은 지난 겨울,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는 습관을 기른 후에 그것이 쌓이면 내공이 어마어마해진다”는 한 어르신의 조언을 듣고 바로 구독신청한 것이인데,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싶으면서도 지금이라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들을 스마트폰이 없이 즐긴다는 점이 너무 좋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 손에 정보의 보고를 들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에 들어가 나완 아무 상관없는 소식들에 나도 모르게 귀기울이며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3. 사람의 능력 자체가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20분마다 한번씩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한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현대인의 집중력이 20분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The Shallows>는 이런 습관이 바로 뇌기능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사람의 집중력을 감퇴시킨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이런 스마트폰의 유혹을 의지력으로 그냥 극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Manage your Day-to-Day>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유혹에 저항하려고 하는 우리의 행위 자체가 우리의 업무 능력을 저해한다고 한다. 그 유혹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반면 나는 종종 위에 언급한 글들을 읽으며 1-2시간의 완전 몰입 상태를 경험하곤 하는데, 스마트폰이 있을 때는 그 빈도수가 훨씬 간헐적이었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카톡, 페이스북 메시지, 이메일 확인이 어려워짐에 따라 오히려 시간을 내가 계획한 대로 사용하고 외부협조가 필요한 업무를 귀가 후에 몰아서 처리함으로써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Manage your Day-to-Day>의 저자들도 우리의 삶과 업무에 진정 의미가 있는 일에 우리의 에너지를 제대로 투여하기 위해서는 계속 몰려드는 각종 이메일, 전화, 메시지로부터 단절되어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을 따로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의 비결은, 한번에 오직 하나의 일만 하는 것이다. FOCUS.

4. 단, 이런 삶의 대전제는 나의 아이패드.
아이패드 덕분에 적어도 지하철 노선표는 언제 어디서는 확인이 가능하며 오프라인 사전을 다운 받아놓으면 공부할 때 인터넷이 전혀 필요 없다. 또한 낯선 곳에 가야할 때는 와이파이가 있는 지하철 역에서 사전에 지도를 찾아 스크린샷을 찍어놓았다. 정말 최고의 조합. 아이패드와 더불어 카톡 대신 전화와 문자로 연락해야만 하는 저를 이해해주시는 분들에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하버드의 인터뷰: 생물학자 Edward O. Wilson의 삶

E.O. Wilson

하버드에서 원로 교수들을 인터뷰하고 있다. 그들의 삶과 커리어에 대해서. 누구를 꼽든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니 만큼 그들의 커리어에 귀를 기울여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세월호 사건으로 심난해 있던 차에 이 글을 인쇄하여 읽기 시작했다. 인터뷰이인 Edward O. Wilson교수가 누구인지, 모른다. 애초에 이름이 뭔지 주의 깊게 보지도 않았다. 이 글 쓰려고 다시 찾아봤야 했다. 그의 분야인 생물학, 곤충학, 개미에는 관심도 없다. 그래도 그냥 읽기 시작했다. 읽고 나니 뭔가 아 굉장히 고무된(inspired)된 느낌.


1. 깊어지다보니 넓어지더라.
9살 소년일 때부터 작은 동물들의 차이점을 쉽게 발견해내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단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나오는 개미 이야기라면 다 읽었고, 어떤 커리어를 가져야겠다는 고민을 할 틈도 없이, 그냥 곤충학자가 되어 농부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쯤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태어난 주(Alabama)의 주립 대학에 들어갔다. 그냥 동네 대학을 들어갔다고 보는 게 좋겠다. 그곳에서 석사까지하고 박사를 하고 싶어 다른 주의 주립 대학으로 갔더니 미국의 유명 학자인 그 곳 학장이 “이 아이는 여기 있을 애가 아닙니다. 하버드에서 공부해야 합니다”라고 편지를 썼다. 사실 그는 이미 하버드를 방문한 적도 있고 아는 사람도 꽤 있었다고, 개미 관련해서 연구하는 연구자들이며 교수와 연락을 주고 받아왔기 때문. 하버드에서 그에게 먼저 “네가 우리학교에 지원한다면 펠로우십을 지원해줄게”라고 편지를 보냈고, 그는 그렇게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받은 ‘the Society of Fellows’의 펠로우 십이라는게 엄청난 거다. 펠로우가 되는 순간 그가 전 세계 어디가서 무엇을 하든 이 곳에서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그저 무엇을 하든 extraordinary하게만 하라고 했단다. 동료 펠로우인 노엄 촘스키며 오펜하이머, T.S.엘리엇과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엄청난 즐거움 이었다고. 그러나 그는 펠로우를 받자 마자 소원했던대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연구를 하기 시작한다.

그는 ‘개미’라는 어찌보면 ‘작은’ 주제에 몰입한 것이지만, 그 작은 열정이 그를 앨러바마에서 테네시로 그리고 하버드로 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하버드에서 당대 최고의 학자들과 교류하면서 견문을 넓힌 것이다. 나의 요즘 화두는 역시 ‘Focus와 Expertise’인데, 일단 설정한 방향대로 깊이와 넓이를 추구하면서 나가 봐야겠다. 또, 읽고 보니 하버드는 한국인들의 인상처럼 그저 공부만 최고 잘하는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기 보다는, 정말 어떤 분야에서 자기 만의 성과와 성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서로 협력하여 시너지 효과를 만들도록 ‘돕는’ 곳이라는 느낌이다. 그는 계속해서 동료 학자들과 생물학 역사에 길이 남을 저서들을 발표하는데, 관심 분야는 같지만 다른 지식과 관점을 지닌 이들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 것.

2. Wanderjahr
독일어로 Wanderjahr라는 표현이 있는데, 영어로는 the year of wandering, 국문으로는 방황의 해라고 할까? 모험의 해라고 해야할까? 독일 사람들은 젊은 이들이 마을을 떠나 다른 마을을 돌아다니며 교역에 대해서 배우게 했다고 한다. 다윈 같은 사람이 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고. 그는 개미라는 주제 하나를 가지고 전 세계 열대지역을 돌며 온갖 ‘날(raw)’ 지식을 흡수하고 진짜 자연은 어떤 곳인지를 경험하면서 그것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키워갔다고 한다.(As young men, they were in the tropics soaking up all the raw information and experience of what the natural world is really like, and forming ideas about it). 그가 선구적으로 만들어 낸 많은, 세상을 뒤흔든(ground-breaking) 생각들이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얻어진 것이다.

3. Search until you find a passion and go all out to excel in its expression
그의 삶 자체가 열정이었듯, 젊은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냐니까, 이미 다들 많이 들었을 이야기라 식상하지 않겠냐면서도 “열정을 찾으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찾으라”고 한다. 어린 나이에 열정을 발견하고 그것에 몰입을 하다보니, 그것만 붙잡고 전 세계를 누리다 보니, 어느 틈에 최고의 위치에 올라있는 것. 환경 탓을 하고 싶진 않지만, 부럽다.

영어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모국어인 언어 하나만으로도 생물학, 곤충학, 개미학에 관련 모든 정보에 접근하고 세계 최고 석학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부럽다. 개미 탐구는 커녕 요즘 운동장에서 개미 구경 할 틈이 있는 학생이 얼마나 있을까. 열정만 따를 수 있을까. 대학생이 되어도 마찬가지다. 열정은 있으나 졸업은 해야하니까 취직은 해야하니까 하는 핑계로 남들 하는거 하나둘 씩하다보면 졸업이다. 취직하면 이제 밥벌이다.

그래도 살아있는 한,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겠지.

원문 인터뷰 읽기: http://news.harvard.edu/gazette/story/2014/04/search-until-you-find-a-passion-and-go-all-out-to-excel-in-its-expre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