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B][Let My People Go Surfing]파타고니아를 읽고 진정성을 고민하다

알라딘 구매 내역을 찾아보니, 2016년 9월 8일에 매거진B 파타고니아 편을 구매했다. Patagonia를 알게 된 지가 약 1년이 지난 것이다. 그 일년 동안 파타고니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여러 경로로 이 회사에 대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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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11일에 주문한 Patagonia Business Library가 무려 7개월이 지나 2017년 5월에 도착했다.
그리고 10월 2일 오늘까지 <Let My People Go Surfing>을 1번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다시 1번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종이에 옮겨적었다. 맘에 든 책을 필사하며 읽는 것은 군시절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Magazine B의 B-cast에서 다룬 파타고니아 에피소드 2회도 물론 청취했다.

 

이렇게 많은 정성을 쏟으며 배우고자 했던 Brand, Patagonia.
창업자 Yvon Chouinard는 “Branding is telling who we are”라고 얘기한다.
내가 이 브랜드를 공부하며 읽고 들은 많은 것들이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파타고니아가 있기 전에, who we are, 즉, Yvon Chouinard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산과 들을 뛰놀며 독수리를 길들이고, 암벽등반을 하며 자랐다. 19살이던 1957년 무렵, 망치, 모루, 대장간로 등을 구입해 대장장이질(blacksmithing)을 독학하고, 중고 수확기(Harvester)의 날을 이용해서 스스로 쓸 암벽등반 못(piton)을 만들기 시작한다.
당시 개당 U$ 0.20 였던 유럽산 등반못에 비해, 그의 제품은 약 7배 비싼 U$ 1.5였지만 뚜렷한 장점이 있었다. 암벽에서 뽑아서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에 말에 따르면 고급 암벽등반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파이톤을 사용해야만 했다고 한다. 함께 암벽등반을 하던 지인들에게 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그의 제품은 날개 돋힌듯 팔리기 시작한다. 당시에는 암벽등반용품 시장이 워낙 작아서 경쟁자도 없었다고 한다. 1970년에 Patagonia의 전신 Chouinard Equipment는 미국 최대 등반용품회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에 대해서 얘기할 때, 파타고니아가 던지는 ‘메시지(“Don’t Buy this Jacket”)’나 ‘1% 기부’와 같은 사업 방식(Business Practice)를 주로 얘기하고 따라하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누가 어떻게 창업한 것인지에 먼저 주목해야한다. 그 다음에 창업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다음 기업 철학이 나오고, 기업 철학에서 사업 방식이 나오는 것이다.

Chouinard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했다.

암벽등반을 하며 잔뼈가 굵은 그는 암벽등반가들이 뭘 원하는 지 알았고, 주변에 첫 고객이 되어줄 동료 등반가 고객들이 있었다.  여기에 더 나은 제품을 고안할 줄 아는 안목과 제품을 직접 만들어 낼 줄 아는 maker로서의 능력이 얹어지면서 사업이 시작 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유명해 지기전에, 이미 Patagonia는 시장 1위를 차지할 만큼의 제품을 만들어 낼 역량을 갖춘 기업이었다.

특유의 철학과 가치관도 바로 Chouinard에서 비롯된다.

그는 평생을 자연에서 살았고, 사업은 그에게 그런 삶을 지속하기 위한 생계 수단이었다. 자연이 먼저였고, 사업은 나중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눈 앞에서 환경이 파괴되기 시작하자, 그는 사업 방향을 돌린다. 아름다웠던 암벽들이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자신이 만든 못에 의해 망가져 가는 것을 보며, 암벽을 내가 오르기 전의 모습 그대로 돌려 놓자는 Clean Climbing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매출의 70%를 일으키던 Piton사업을 철수하고, 벽에 박아 넣기보다 틈에 끼워넣는 형식의 Chock를 만들어 대안을 제시한다. 자연 안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워온 그였기에, 그 자연을 지키기 위해 사업의 모습을 바꿔 가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성이 이런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형성 과정

그 외에 구체적인 Business Practice도 눈여겨볼 점이 많지만, 지금 내 시점에서 내가 눈여겨 보고 실천을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들이었다.

파타고니아도 창업자의 진정성 있는 자아와 역량이 만나 탄생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자아 찾기, 30대로서의 목표인 이립에(而立)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기

자연을 사랑한다며 거창하게  ‘Save 남극이니 아마존이니’ 하지 말고, 우리동네 뒷산 우리나라 예쁜산들, 그리고 그 산에 나무며 풀부터 사랑하고 봐야 한다. 그래서 식물탐사트레킹과 캠핑을 떠났다. 가족 여행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조금 더 신경써봤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정말 너무 쉬웠다, 알면알수록 보려고하면 볼수로 정말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을 만났다. 쉽지 않은 것은 실천하는 것이다. 캠프나 캠핑을 떠나 정말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 돌아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계속 노력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원없이, 하지만 깊이 있게 좋아하기로 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르지만, 그냥 재미있다. 그 예로 음식 중에 냉면 사랑이 있다. <냉면열전>책으로 얻은 지식을 뼈대 삼고, 근처에 맛집들을 다니며 얻은 경험을 얹어가고 있다. 너무 재미있다.

To be a Maker

Yvon Chouinard는 19살에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내 아이디어를 제품화 시킬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요즘은 Web Development를 공부하고 있고, 친구들과 시제품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파타고니아는 그렇게 내게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로 남았다. 나만의 진정성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게 된다면, 그 나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마치 성경처럼, 두고 두고 계속.

진정성을 얘기할 때 주의해야 할 것

여기까지 얘기하고 끝난다면, 파타고니아 찬양으로 끝날텐데, 환경단체가 보는 파타고니아는 실제 어떤 업체일까? 잘은 모르지만, 그린피스에서 발간한 ‘아웃도어 장비에 사용된  유해 화학 물질’ 관련 보고서를 보고 다소 충격을 먹었었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에서도 여지 없이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 된 것. 친환경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모든 사람의 기준을 충족시키기는 파타고니아 조차 쉽지 않다. 그러므로 함부로 친환경 등의 대의를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염두해 둬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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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peace의 보고서 Leaving Traces(전체 보고서 보기: https://goo.gl/orJ5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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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빠지기 #4] [MAGAZINE B 읽기 – 2] 캠핑을 준비하며 – NO.3 SNOWPEAK편을 읽고

매월 하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잡지 Magazine B. 이 잡지가 세번째 소개했던 브랜드가 바로 Snowpeak였다. 매거진B 매니아인 나에게도 그런 브랜드(혹은 호)가 있다. 매거진B가 다룬 잡지 리스트를 쭉~ 보면서 “과연 내가 이 브랜드를 다룬 호를 구입해서 읽을 일이 있을까?” 싶은 브랜드. 캠핑에 관심을 갖기 전에 스노우피크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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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캠핑에 관심을 가지면서 바로 가장 먼저 찾아서 주문한 책이 역시 매거진B의 스노우피크호였다. 매거진B는 내게 항상 각 분야의 훌륭한 입문서가 돼 주었다. 영화 LA LA Land를 보고 째즈에 관심이 생겼을 때 ECM편을 읽었고(Cast B의 역할도 컸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인텔리젠시아편을 읽었다(커피에 대해 나름 많이 배웠다). 구매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캐리어를 바꿀 때가 되자 나는 리모와를 읽고 결국엔 리모와를 샀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들어야 한다는 결심이 서자 결국 Apple Music을 구독 신청했다.

매거진B의 장점 중 하나는 그 분야의 그 많은 브랜드 중 딱 그 브랜드 뿐 만아니라 경쟁자 업체를 함께 다룬 다는 것. 맹목적으로 구매하는 게 아니고 나름 그 중에서 비교하게 된다. 프라이탁이 그런 경우다. 그 스토리는 맘에 들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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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B를 통해 알게 된 여러 브랜드 처럼, 스노우피크도 내게 여러 시사점을 주었다.

  1. 창업자는 산을 좋아했고, 필요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만들게 됐다. 마치 Patagonia와 비슷한 스토리다.
  2. 스노우피크가 시작된 니가타 현 산조 시는 1600년대부터 금속 철강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스노우피크의 컨셉을 품질로 뒷받침할 인프라(협력 업체)가 충실했던 것이다. 나도 미래의 사업을 고민하며 이 부분을 생각해 보곤 한다. 국내의 수준이 워낙 높아서, 세계에서도 통할 만한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미용/뷰티 쪽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스노우피크 본사 캠핑장(출처: topsy.one)

3. 스노우피크의 신축 본사 건물 앞에는 직영 캠핑장이 있다. 캠퍼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와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캠프를 즐겨서 좋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의미가 더 크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캠핑장에 있는 캠퍼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왜 일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이보다 더 목적의식 혹은 방향감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 까.

4. 모든 직원이 사용자가 되는 브랜드. 이 역시 파타고니아와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캠핑을 좋아하는 캠퍼들이다.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새로운 제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5. 동양은 가족 단위의 캠핑을 떠나는 반면, 서양에서는 보통 백패킹 등 삼삼오오 어울리는 캠핑이 많다는 점. 각 국가별로 많이 팔리는 제품을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냈는데, 그 부분도 재밌었다. 나라마다 다르게 즐기니, 시장이 아예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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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py Cat에 대한 그들의 회답. “신경 써본 적 없다. 그들은 결코 오리지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말엔 캠핑’에도 그런 캠퍼가 있었다. 자기는 제품에 철학과 가치를 담는 오리지널 업체들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격차를 보니 그러기 쉽지 않더라. 단순히 오리지널이라는 가치에 돈을 지불한다기 보다는, 어쩌면 그런 브랜드를 자기가 이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가치를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과연 결국 스노우피크의 제품을 구매하게 될까? 아직 모르겠다. 내게 맞는 캠핑과 장비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당분간은 더 대여를 해서 쓸 것 같다.

 

 

[Magazine B 읽기 – 1] No.46 Pantone

매거진B와 자존감

[1. Magazine B 읽고 정리하기를 시작하며]

내가 Magazine B를 읽고 글을 올리는 게 이게 처음이라니! 그간 이 잡지를 20여권을 사서 읽었는데 내가 이제서야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게 어이 없을 정도다. 잡지를 읽으며 매번 일기에 혼자 정리하는 것들을 이제 블로그에도 글로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쓰는 일기의 장점은 편년체식으로 매일의 일상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단점은 그 생각들을 주제별로 묶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내 일기에서 ‘Magazine B’ 감상 만큼  따로 떼어 정리하기 좋은 주제도 없을 것 같다.

좋은 독서를 할 때, 나는 그것을 온 몸으로 느낀다. 좋은 독서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 내게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생각을 일기에 옮기고, 옮기며 드는 생각을 또 적다 보면, 생각을 머리로 하는 것인지 손 끝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 찾아오고는, 곧 손이 아파온다. 그 통증 그리고 바쁘게 글을 적어 내려가는 흥분감을 통해 나는 좋은 독서를 온 몸으로 느낀다.

Magazine B는,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매번 그렇다. 내게 항상 새로운 시각을 준다. 매일 보던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하고, 다른 걸 느끼게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이 블로그에 그 생각들을 옮기려 한다. 각 브랜드나 잡지의 내용을 쓰기 보다는, 그 생각을 간단하게라도 옮겨 놓는 데에 집중하려한다. 기록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생각이 삼천포로 빠져 그 브랜드와 전혀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난 개의치 않고 그냥 적겠다. 기록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재밌다.

[2. Pantone편을 읽고]

1. 사실 내가 처음 권별 리뷰를 남기는 호로서 Pantone은 큰 의미는 없다. 별 생각이 안들어서 금방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착수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2. 이번 Pantone 호는 ‘디자인’ 그 중에서도 ‘색’이라는 요소를 새로 보게 했다. 오늘 광주-순천으로 일일 출장을 다녀오며 이 책을 봤더니, KTX에서 책을 읽고 내려서 둘러보는 그 낯선 도시들에서 나는 어느새 색을 찾고 있었다.

3. 표준. 매번 다르고 사람마다 달라 불편할 때 우리는 공통의 기준을 만들고 표준화를 시킨다. Pantone은 색에 그것을 도입한 최초의 기업이었다. 잡지에서 소개한 네트워크 효과라는 것이 딱 맞는 말이다. 표준이 되어 누구나 그것으로 소통하니, 안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4. 색은 그 자체로서 감정을 일으키고, 그것이 주가 되기도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는 것. 정체성을 투여하기 좋은 수단이라는 것.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을 색으로 가르는 것 처럼.

5. 그래서 ‘색’은 우리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종합적’ 경험에 한 요소인 것이다. 이 시대는 물건보다 이 ‘종합적 경험’을 파는 시대 아닌가.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한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다채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또 고민하는 요즘이었다. 안 쓰던 스트리밍 서비스도 가입해서 요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고 있다. 상황에 맞는 음악을 트는 것도 능력일 것이고, 어쩌면 언젠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포스팅에 각각 어울리는 음악을 까는 기능까지 생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런 종합적 경험 영역에 색이라는 영역이 추가 됐다고 할까?

6. Tiffany & Co.가 1837년 ‘티파니 블루’라는 색으로 보석 색을 한 가지 색상으로 정리하고 브랜드의 색상으로 정했다는 것. “아니 1837년에 벌써 그런 생각을 한다고!?”를 느끼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2017년에도 아직 그런 식이 가능해!?” 이런 식의 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최근에 알게 된 ‘구닥’이라는 어플이 딱 맞는 경우인 것 같다. 고성능 그리고 스피디한 카메라 앱이  너무나 보편화 된 요즘 휴대폰 카메라를 일회용 카메라로 만들어 버리는 어플이라니. 전혀 거꾸로 가는 것 같지만 그 감성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 과거의 방식인데 현대에 도입하면 유효할 만한 것이 뭐가 또 있을까?

7. 위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이번 휴가 이용했던 ‘한옥스테이’가 떠올랐다. 과거의 건축 과거의 생활 스타일로 살아보기. 그리고 한옥스테이라는 것은 지켜야 할 대상에 지키고 싶은 사람의 ‘돈’을 이어주는 방법. 박제화 할 게 아니고 살아있게 하려면 물을 공급해 줘야 하고, 그것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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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 찍은 사진

 

8. 둔색(鈍色). 일본 디자이너 오사나이 겐지 인터뷰에 나온 표현이다. 일본에서 둔색이라고 표현하는 색들이 있는데, 일본 문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색상들을 미국 회사 팬톤의 컬러 매칭 시스템에서 다채롭게 찾아보기 힘들다고. 둔색이라는 것을 그는 이렇게 설명 했다. ‘나이가 든, 묵직한 색’. 채도가 낮고 조금 둔탁한, 차분하고 운치 있는 색. 주색을 뒷받침하면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거나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하는 색.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일본의 애정.

작년 여름 휴가 때 설악산자생식물원의 안내사님께서, 소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여백 때문이라고 하셨을 때 소나무를 받치고 있던 저 하얀 구름의 색. 그런 색이 둔색이겠지. 요즘 정말 이런 아름다움에 빠졌다. 이런 여백의 미에 대한 애호는 우리 전통에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이 ‘일본의 아름다움’이라 주장하고 다니는 게 얄밉기도 하다. 내가 정말 더더욱 사랑해 주마.

 

 

[Magazine B 예찬] 자존감과 자유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자라면서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것에 온전히 몰입해 본 경험이 얼마나 있냐’고 물으며 시작하고 싶다.

내 개인의 기억와 주변의 모습으로 추측해 보건데,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드물다.

그럴 시간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잘해야 한다는 것에 시간을 쏟고 좋아해 보려 노력하느라,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에 마음껏 시간을 쏟을 여유는 커녕 그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여유 조차 없었다.

주일학교에서 만나는 많은 아이들이 하소연 한다. “내가 뭘 잘하고 좋아하는 지 모르겠어요.”

아마 ‘남들이 멋있다고 인정하는 것 중에’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고 하는게 맞겠다. 하나 더. 내가 ‘얼마나’ 좋아하고 잘하는 지의 기준 역시 내가 아닌 남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내세울 수 있는 수준이냐는 것. 그 기준 조차 남들이 세운다.

매거진B와 자존감

매거진B라는 잡지가 있다. 매월 광고 한 장 없이 브랜드를 소개 하는 이 잡지를 사서 본게 어느덧 20권이 넘었다. 이 잡지의 발행인 조수용씨와 가수 박지윤씨가 잡지에 소개된 브랜드를 논하는 팟케스트 Cast B를, 난생 처음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듣고, 또 듣는다. 특별판으로 나오는 B:Alance도 사서 읽고, 독자와의 만남도 갔다. ‘이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마케팅 문구로 유명한 브랜드 Patagonia에는 유독 관심이 가서 창업자의 책을 사서 읽었고, 이 잡지가 소개한 캐리어 Rimowa를 독일에 갔다가 사서 이제는 유저로서 다시 브랜드를 바라본다.

이 잡지가 소개하는 브랜드들을 나는 한 마디로 ‘자존감이 높은 브랜드’라고 정의한다. Patagonia, Freitag, ECM, Intelligensia 같은 브랜드 이름을 쭉 듣고 내 말에 공감해 줄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이어간다.

이 회사들은 남들이 뭐라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한다. 시장을 점유율로 지배하지는 못할 지라도, 그 영향력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아니 어쩌면 이들에게는 점유율이라는 기준 자체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이 이야기를 읽고 또 듣고, 깊이 살피며 나는 한가지를 배우고 결심했다. 답을 밖에서 찾지 말고 내 안에서 찾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내가 마음껏 만끽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자.

그렇게 한 결과로 내가 또 하나의 자존감 높은 브랜드를 만들 수 있을지? 그건 아무도 모르고 어쩌면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결심을 실천하는 요즘 내 삶이 더 즐겁고 보람되게 느껴지는 것. 그거면 된 것 아닐까. 저 브랜드를 만든 이들도 결국 그 마음에서 출발한게 아닐까?

[Review] Magazine B: Penguin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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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지의 주제인 <펭귄 북스>보다도 이 잡지 Magazine <B> 자체가 더 놀랍다.
출판물이라는, 커버와 커버 사이에 있는 내용은 늘 바뀌지만 그 형식은 정말 오래전부터 굳어져 버린, 그런 산업에 이런 혁신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

잡지임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하나도 없다, 하나의 브랜드를 선정하여 집중적으로 다루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회사의 요청이나 금전적인 도움 따위는 받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그런 브랜드들만 다룬다. 다양한 시각으로.

브랜딩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좋은 교재가 됨은 물론이고,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브랜드들을 다루는 만큼, 그 팬들도 해당 편을 구입해서 소장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적으로 현실성이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이 잡지 자체가 브랜드(수집을 하고 싶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번 호에서 다뤄진 출판사 <Penguin Books>가 오랜 사랑을 받고 수집의 대상이 되어 온 것과 같은 이유다: 깔끔하고 소유하고 싶은 디자인,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무엇보다도 그 내용물의 품질.

B가 다룬 브랜드 중, 내게 친숙한 브랜드가 팽귄 밖에 없어서 이 책을 선택했다. 여전히 책이 귀하던 1934년, 창립자인 Allen Lane은 훌륭한 디자인을 갖춘 고퀄리티 ‘페이퍼북(하드커버 없는 문고판)’을 만들어 저가인 6펜스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누구나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책이 탄생했다. 고퀄리티의 문고판 아이디어 뿐만 아니라, 출판사가 브랜드가 된다는 아이디어 역시 당시로서는 혁신적이었다. Allen은 독특하고 일관성있는 펭귄 만의 디자인을 만들어, 누구든 펭귄의 브랜드를 보고 믿고 책을 고르는 것이 가능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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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창립자의 창업스토리 외에도, 펭귄의 역사, 팬들 그리고 전직 편집자 인터뷰 등이 담겨있다. 바로 윗 문단에서 정리한 내용이 다소 반복되는 것 같다는 점이 아쉽지만, 분명 브랜딩에 관심있는 사람에게 여러 영감을 줄 수 있는 잡지라는 것은 분명하다.

결국 인생이라는 것도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잡지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100년의 세월을 감당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인생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우리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든 간에,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젊음과 청춘, 종국에는 죽음과 맞바꾸는 것이다. 나의 청춘과 삶을 바쳐 만든 브랜드를 통해 내가 죽은 이후에도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런 ‘영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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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소회는.
1. <Magazine B>, 히트를 칠 것 같다는 느낌인데, 숫자를 확인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어떨까 경영 실적은?

2. 만나보고 싶다 <Magazine B>의 창립자를, 대학생 기자로서 누려온 가장 큰 호사는 산업 내에서 만나 뵙고 싶은 분들께 명함이나 내밀 수 있는 그런 명분이었다. 운이 좋아 직접 만나뵐 수 있다는 것은 횡재 수준. 그런 일을 계속 해볼 수 있을 방법을 고려해 봐야겠다.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결국 다시 Foc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