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전에 다녀와서: ‘천재는 한 순간도 천재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운전 면허 갱신이 늦어 면허 취소를 하루 앞두고 나서야 드디어 오후 반차를 썼다.
기회가 닿기 전에 끝나 버리면 어떡하나 걱정했던, 르 코르뷔지에 전을 덕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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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천재는 한 순간도 천재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르 코르뷔지에는 가업을 이어 시계공이 되기 위해 어린 나이에 미술학교에 들어갔다. 그의 나이 17세 쯤, 숲을 그리라는 과제에서 그는 있는 그대로의 숲이 아닌, 숲 안에 숨어있는 도형감과 패턴을 발견하여 그림으로 그려낸다. 교장 선생님은 그의 천재성을 발견했다. 그가 건축가가 될 것을 권유한다. 천재성은 이렇게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자신 만의 시각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르 코르뷔지에는 평생 그림을 그린다. 스스로를 ‘오전은 화가 오후에는 건축가’라고 표현할 정도다.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 건축에 있어 어떤 장점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매일 그림을 그리는 나의 비밀스러운 노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미술과 건축을 잘 모르는 내가 둘의 연관성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의 그림이 변할 때, 그 시기 그의 건축도 함께 변한다는 것을,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발견할 수 있다.

또한, 그림을 그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리기 시작하면 관찰이 시작되고 그제서야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대상을 내 손으로 그려본다는 것은, 누구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고 분석하며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연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그 작업을 매일 했다.

그는 동양의 건축물, 정물, 여인, 조개껍데기, 게껍질 등을 그리며 자연과 인간의 과거 속에 숨어 있는 미학을 분석하고, 그것을 그림과 함께 메모로 쌓아간다. 그는 ‘아직도 머릿속에 100년분의 계획’이 있다고 한다거나, 어떤 건축 작업을 몇 분만에, 며칠 만에 해버렸다는 것은 아마도 그 천재적인 시각과 연습과 연구의 반복이 그의 머릿속에 켜켜이 쌓여 있었기 때문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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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위에 메모를 남겼다

천재는 천재성을 발휘 할 때만 천재가 아니다. 매일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천재다. 시각과 노련함을 키워가는 매일의 노력도 천재다. 그것이 작품을 통해 들어날 때가 되서야 우리가 알아 볼 수 있을 뿐.

그렇다면, 이제 나를 돌아보자. 그가 천재성을 그림을 통해 키워갔고, 그 결과물이 건축이었다면, 나는 무엇을 매일 해야할까? 이 고민에 빠져 몇 십분을 해맸다. 문제는 ‘내가 이뤄내고자 하는 그 결과물이 무엇인가?’라는 고민부터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멋진 기업과 조직을 일생을 통해 이뤄내려면 무엇을 매일 해야 할까? 멋진 기업과 조직은 무엇일까? 나는 아직 그 지점에 서있다. 하지만 너무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문제와 떠오르는 솔루션,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들, 거기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굳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답이 아닐 수 있다.

2. 사유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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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의 건축은 사라지더라도 자신의 사유는 남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의 사유는 왜 중요할까? 왜 남게 될까? 왜 유네스코가 세계 유산으로까지 선정했고, 그는 왜 현대 건축의 아버지가 됐을까? 그것은 그의 건축적 사고가 ‘과거’의 건축은 풀지 못했던 ‘현대’의 주거 문제를 너무나 잘 해결해낸 나머지, 현대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의 사고에서 벗어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부족해진 주택을 빨리 지어 공급할 수 있는 ‘돔이노’방식을 고안해 낸다거나, 오늘날 아파트의 전신을 만들 면서도, 그전에는 사람들이 고민해 보지 못한, 사람이 가장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공간이라는 ‘모듈러’라는 개념을 도입해 냈다는 점이다.

 

즉, 우리는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대의 문제를 얼마나 현재의 접근방식과 기술적재료를 가지고 얼마나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거기에 가치가 있는 것 같다.

3. 안도다다오와 르 코르뷔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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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문외한인 나 조차 알고 있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 권투 선수였고, 대단한 교육을 받지 못한 그는 르 코르뷔지에의 ‘건축을 향하여’를 읽고 독학을 통해 건축에 입문한다. 르 코르뷔지에 역시 정식 건축 교육을 받지 못했다. 안도 다다오가 그를 우상으로 삼은 것은 건축에 대한 그의 철학 뿐만 아니라, 닮아 있는 삶 때문이기도 할 것 같다. 건축처럼 공학과 예술 사이에 있는 어려운 분야에서 어떻게 이렇게 독학으로 성공하는 이들이 나오는 걸까. (잘은 모르지만)아마도 그것은 잡다한 학문적 지식 보다도 아름다움과 인간 삶의 본질에 다가서야 하는 일의 성격 때문이 아닐까.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 잡지를 정기구독 하기 보다 자연 속은 진리를 탐험하고 발견하라고 하는 얘기하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 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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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르 코르뷔지에와 피카소, 아인슈타인

르 코르뷔지에가 피카소와 아인슈타인과 같은 천재들과 교류하면서 위안과 영감을 받는 부분이 전시에 나온다. 왜 일까. 본질에 다가가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나 어려운 일이지만, 일단 경지에 이른 사람들 끼리는 알아볼 수 있는 동질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전시다. 2시 30분에 들어갔는데 차에 타니 6시 였다. 3시간 30분이 어떻게 지나간 것인지 모르겠다. 기분 좋은 찜찜함이 많이 남았던 전시다. 그런 책, 영화, 전시, 혹은 사건
이 있다. 왠지 모르게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일종의 자극이 되는 것들. 전시장에서 나서 집에 도착하기 까지, 퇴근 길 교통 체증에 막혀 한 시간 삼십 분을 보내는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줬다. 전시회도 충분히 보고, 생각도 충분히 하고. 혼자 보는 전시는 확실히 매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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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글 정리하고 집에가려고 보니, 도록도 매력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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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의 새로운 취미, 혼술하며 책 소리 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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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하며 책 소리내어 읽기]
대박이다. 아직 ‘혼술’을 왜하는지 이해 못했는데, 이건 진짜 대박.
식구들 다 찜질방가고 텅빈 방에서 혼자 술먹다가 우연히 군대가기 직전에 읽었던 알랭드보통의 <젋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꺼내게 됐고, 당시 내가 밑줄 처 놓았던 부분만 소리 내 읽었다. 평소에 그냥 멀쩡한 정신으로 눈으로 읽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정말 ‘절절히’ 책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리고, 술먹으면서 작가와 대화하는 느낌이랄까. 평소에 술마시다보면 ‘도대체 내가 왜 이 시간에 여기서 이런 얘기를 듣거나 혹은 하고 있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있는데,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했던 책이고, 또 내가 그 중에서도 밑줄 쳤던 부분이라 그런지 진짜 너무나 소중한 술자리를 하고 있는 느낌. 진짜 와 이사람이랑 내가 여기서 이렇게 술마시며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있지 않나. 그런 느낌 연출이 가능하다.
특히 진짜 철학책이 이렇게 읽기에 딱 좋은 것 같다. 올 해 종종 하게 될 것 같은 취미. 그리고 읽다 보니 니체 부분에서 계속 읽게 된다. 고통을 긍정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 고통이 있어야면 성취가 있는 것이다. 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