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ter Isaacson 버전과 비교하며 읽은 Brent Schlender의 Steve Job 평전: Becoming Steve Jobs

지난 추석 연휴에 사람들이 계획이 있냐고 내게 물어보면, 나는 아무 계획 없다고 답했다. 사실 계획이 있었다. 가능한한 오래 집에 쳐박혀 노래 듣고 맥주 마시며 Brent Schlender 버전의 스티브잡스 평전을 읽는 것이었다. 연휴에 시작된 독서가 이제야 끝났다.

이 책은 스티브 잡스의 25년 지기 친구이자, 실리콘 벨리의 IT 산업을 오랜 기간 취재해 온 Fortune의 기자 Brent가 공식 스티브 잡스 평전의 작가인 Walter Isaacson에 대항하여 쓴 책이다. Walter가 스티브 잡스를 ‘훌륭한 제품 만들기에만 몰두할 뿐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사람’으로만 묘사했다는 점에 아쉬움을 느낀 것이다. Walter의 평전과 수 많은 기사, 그리고 영화에 묘사되는 스티브 잡스를 보며 Brent나 Tim Cook 처럼 오랜 시간 그를 알아온 이들은 공통적으로 그런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그가 그렇게 비인간적인 사람이었다면, 자신들이 일생을 바쳐 그를 위해 일할 가치를 느꼈겠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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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확실히 Jobs가 직접 관여했던 Walter Isaacson의 공식 평전이 훌륭하다.

Walter Isaacson의 스티브 잡스 평전을 읽은 것은 교환 학생을 마치고 귀국하여 한창 큰 꿈에 부풀었던 2013년이었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동안 나는 꿈꿨던 회사에서 꿈꾸던 일을 하게 됐고, 나름 잘 지냈다고 생각했다. 2013년에 스티브 잡스를 읽고 내가 적은 글들을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때의 내 글들이 지금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 내 꿈이 그리고 나에 대한 내 자신의 기대가 그때보다 더 작아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를 읽으며 그때 한 생각이, 지금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2013년의 감상을 의식 하며 읽은 게 전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 뒤, 문득 그때 기록을 남긴 게 생각나서 찾아 봤는데,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서 놀랐다.

첫째. 그의 삶에서 내가 배운 것들

  1. Priority(우선 순위, 2013년에는 Focus라고 정리했다. 이제 보니 Prioritizing이 먼저고, Focus는 그 다음)
    그는 우선순위가 분명한 사람이었다. Apple과 가족, 그리고 Pixar 외에는 신경쓰는 게 없었다.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인생 최우선 순위였다. 그 외는 뒷전이있다. 그래서 목표한 바를 이뤄냈다. 내게 다 포기하고도 이루고 싶을 만한 게 있을까? 내가 원하는 이 많은 것들 중 최우선 순위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 위해 다른 것을 포기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비판을 기꺼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위대한 제품과 회사를 일궈 내는데 수반되는 냉정한 판단 앞에서 매 순간 주저하지 않았다. 전략이란 ‘하지 않을 것’을 택하는 일이란다. 그는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을 것의 경계에서 무자비 할 정도로 분명했다.
  2. Passion(순수한 열정)
    그의 선명한 Focus는 아마 의도한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와 Jony Ive는 말한다. 제품 출시 후의 성공 보다 더 흥분됐던건 그 과정에서 새로 배운 것들, 그래서 다음에 할 수 있게 된 것들이었다고. 그러니 승리에 취할 결흘도 없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하게 됐다는 것에 기뻐하며, 계속 나아나갈 때의 그 흥분에 도취된 것이다. 나를 정말 흥분되게 하는 일이 무엇지를 고민해 봐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iPod에 대항하여 Microsoft가 내놓은 Zune에 대해 한 말을 한 번 더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iPod과 Zune의 차이점은 iPod은 음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가족들, 친구들이 쓰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제품이라는 것이다. 그저 남을 바삐 따라가려는 것과 정말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If you don’t love something, you are not going to go to the extra mile, work the extra weekend, challenge the status quo as much.”

  3. Growth(성장)
    Brent가 Walter 버전에 반(反)하여 이 평전을 쓰며 강조하는 부분은 스티브 잡스의 삶은 Success Story가 아닌, Growth Story라는 것이다(책 제목이 바로 그런 뜻이 아닐까). 이 부분은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Walter가 묘사한 것처럼 스티브 잡스에게는 분명한 단점이 존재했다. 이 책 역시 스티브의 그런 단점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오히려 누구에게나 결점이 있고 실패가 있지만,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극대화 해 나감으로써 크고 작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티브 잡스는 Apple II의 폭발적 성공 이후, Apple에서 쫒겨났으며, 그 전후로 기획한 수 많은 제품이 연이어 실패했다. 그의 단점이 극대화 된, 실패할 만한 행동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이 부분에서 정말 큰 힘을 얻었다. 꾸준히 더 나은 내가 되어 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Walter 버전도 그렇고 이 책도 정말 중독 된 것처럼 끊지 못하고 읽었는데, 영화나 소설 못지 않게 다이나믹한 그의 삶 덕분이 아닐까 했다. 산과 굽이지는 강이 있어야 풍경이 아름다운 것처럼, 그의 삶은 드라마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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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SF의 혜진이와 같이 본 잡스 영화. 책을 읽고 본 영화라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들이 눈에 띄어 아쉬웠다. 그의 가족들도 좋아하지 않았다. 

둘째. Walter Isaacson과 Brent Schlender 버전의 비교

Walter 버전을 읽은 지 4년이나 지나서 비교가 바로 바로 되진 않았다. 하지만 두 책을 비교하는 것도 이번 독서의 흥미로운 지점이 될 것 같아서,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대목들을 두 책에서 찾아 서로 어떻게 다뤘는지 비교해 봤다.

  1. 두 작가의 출신 차이
    Walter도 기자였지만, Steve Jobs가 Walter에게 처음 자신 전기를 써달라고 했던 2004년, 그는 이미 벤자민 프랭클린과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쓴 전문 전기 작가에 가까웠다 (당시 Walter는 아직 때가 안됐다고 거절했다.) 반면, Brent는 IT전문기자였기에 IT산업에 대한 이해가 더 넓고 깊었으며 스티브의 가까운 지인, 동료를 많이 그리고 오랜기간 알아왔다. 그 때문에 Brent 버전은 스티브 잡스를 한 산업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이해하기가 더 좋다.

    좋은 예가 Apple과 Microsoft의 관계다. 비슷한 시기에 동년배 창업자에 의해 시작된 두 회사는 성격도 전략도 너무나 달랐다, 그래서 앙숙이 됐다. Brent는 스티브 잡스가 회사에서 쫒겨나고 실패를 계속할 때, Microsoft가 한 시대를 풍미해버리는 과정을 두 회사의 전략, 제품, 그리고 Gates와 Jobs의 스타일 차이를 비교하며 그려낸다. 더불어, Fortune의 기자 출신 답게 스티브 잡스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이론을 제시한다. (어쩌면 답안지를 기다렸다가 쓴 사람의 이점이었는도?)

  2. 스티브 잡스에 대한 두 작가의 개인적인 감정
    Brent와의 인터뷰에서 Tim Cook은 Walter가 묘사하는 스티브 잡스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일생을 바쳐 일하고 싶을 만한 사람이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분명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주변 사람과 가족을 살뜰히 챙길 줄 아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 관계가 위대한 제품과 회사를 만드는 그의 목표에 방해될 때만 아니라면, 그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시각 차이가 스티브 잡스에 대한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이해와 감정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를 다소 멀리 떨어져 알아왔던 Walter는 그를 묘사할 때 “걔가 그렇지 뭐.” 약간 이런 느낌으로 그린다면, 스티브의 비교적 가까운 친구 중 하나였던 Brent는 그의 인간적인 면을 담으려고 노력한다. 물론 문제점 역시 가차없이 담아낸다. 아예 스티브의 그런 한계점을 담은 챕터가 하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좋은 면과 안좋은 면을 다 갖춘 사람이었다는 것, 그 장단점을 보완하고 극대화 시키고, 자신의 목표에 스스로를 최적화 시켜갔다는 것이 Brent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다.

  3. 내가 추천하는 버전은?
    우선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해하려면 결국에는 두 권 다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각 책이 한 사건을 다루면서도 서로 담지 않은 얘기들이 많다.

    그럼 그 중에서 어떤 책을 먼저 읽는게 좋을까? 난 Brent버전을 추천하겠다. 더 재밌었다.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Pixar를 Disney에 매각하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는데, 마지막 장면을 읽던 순천행 KTX에서 정말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장면은 Pixar의 Disney 매각 계약 성사가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온 상황이다. 스티브는 Pixar의 리더인 Catmull과 Lasseter에게 마지막으로 동의 여부를 묻는다. 지금이라도 두 사람이 거부한다면 바로 없던 거로 하겠다며. 둘은 괜찮다고 말했고, 그들은 서로를 안았으며, 스티브는 흐느낀다.

    이 장면은 두 책에 똑같이 나온다. 하지만 Brent의 버전이 더 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이 사건을 Jobs, Catmull, Lasseter, 그리고 Disney의 전후임 CEO인 Eisner와 Iger와의 관계 위에서, 그들의 감정을 느끼며 따라갈 수 있도록 그리기 때문이다. Jobs가 Pixar를, 그리고 Catmull과 Lasseter를 얼마나 좋아하고 존경했는지, 그리고 Iger를 얼마나 진정으로 신뢰하고 좋아하게 됐는지 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Pixar의 미래를 정말 위하는 마음에서 이 거래를 너무나 세심히 준비 해 왔다는 점, 그래서 세심하게 세 사람의 관계까지 먼저 무르익도록 만들면서 인수합병을 준비했다는 점을 상세히 그린다. 이 과정에서 Jobs의 협상력을 보면서 배울 점도 정말 많지만, 그 끝에 Jobs가 그 두 사람의 어깨를 감싸고 마지막 의견을 묻고 흐느꼈을 때,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Walter의 버전을 읽을 때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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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릴 뻔한 그 장면ㅠ

 

마치며. 

이 책의 끝에서 나는 4년 전에 비해 작아지기만 한 나를 ‘뜻밖에’ 발견했다. 스티브 잡스가 항상 가져왔던 고민, “What’s Next?”를 계속 고민하고 준비해야겠다. 그가 사랑했던 Bob Dylan의 노랫 가사처럼, “He not busy being born is busy dy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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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그동안 책을 효율적으로 읽기 위해 밑줄 치기 외에 그동안 여러 방법을 동원해 봤었다. 종이 노트나 에버노트에 중요한 부분을 옮겨적기도 했다. 하지만 독서에 몰입하는 데 방해 됐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정말 중요하고 다시 찾아봤으면 하는 부분에 포스트잇을 부쳤다. 그리고 간략하게 무슨 대목이고, 뭐가 핵심인지를 적었다. 꽤 효과적이다. 대신 책을 읽다가 드는 생각은 운용이 가볍고 편리한 아이폰 메모장에 적어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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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Let My People Go Surfing]파타고니아를 읽고 진정성을 고민하다

알라딘 구매 내역을 찾아보니, 2016년 9월 8일에 매거진B 파타고니아 편을 구매했다. Patagonia를 알게 된 지가 약 1년이 지난 것이다. 그 일년 동안 파타고니아의 매력에 흠뻑 빠져, 여러 경로로 이 회사에 대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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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0월 11일에 주문한 Patagonia Business Library가 무려 7개월이 지나 2017년 5월에 도착했다.
그리고 10월 2일 오늘까지 <Let My People Go Surfing>을 1번 읽고, 밑줄 친 부분을 다시 1번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종이에 옮겨적었다. 맘에 든 책을 필사하며 읽는 것은 군시절 이후 정말 오랜만이었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Magazine B의 B-cast에서 다룬 파타고니아 에피소드 2회도 물론 청취했다.

 

이렇게 많은 정성을 쏟으며 배우고자 했던 Brand, Patagonia.
창업자 Yvon Chouinard는 “Branding is telling who we are”라고 얘기한다.
내가 이 브랜드를 공부하며 읽고 들은 많은 것들이 이 한마디로 정리된다.

파타고니아가 있기 전에, who we are, 즉, Yvon Chouinard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산과 들을 뛰놀며 독수리를 길들이고, 암벽등반을 하며 자랐다. 19살이던 1957년 무렵, 망치, 모루, 대장간로 등을 구입해 대장장이질(blacksmithing)을 독학하고, 중고 수확기(Harvester)의 날을 이용해서 스스로 쓸 암벽등반 못(piton)을 만들기 시작한다.
당시 개당 U$ 0.20 였던 유럽산 등반못에 비해, 그의 제품은 약 7배 비싼 U$ 1.5였지만 뚜렷한 장점이 있었다. 암벽에서 뽑아서 다시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에 말에 따르면 고급 암벽등반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파이톤을 사용해야만 했다고 한다. 함께 암벽등반을 하던 지인들에게 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그의 제품은 날개 돋힌듯 팔리기 시작한다. 당시에는 암벽등반용품 시장이 워낙 작아서 경쟁자도 없었다고 한다. 1970년에 Patagonia의 전신 Chouinard Equipment는 미국 최대 등반용품회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파타고니아에 대해서 얘기할 때, 파타고니아가 던지는 ‘메시지(“Don’t Buy this Jacket”)’나 ‘1% 기부’와 같은 사업 방식(Business Practice)를 주로 얘기하고 따라하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누가 어떻게 창업한 것인지에 먼저 주목해야한다. 그 다음에 창업자의 가치관과 철학을 다음 기업 철학이 나오고, 기업 철학에서 사업 방식이 나오는 것이다.

Chouinard는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서 창업했다.

암벽등반을 하며 잔뼈가 굵은 그는 암벽등반가들이 뭘 원하는 지 알았고, 주변에 첫 고객이 되어줄 동료 등반가 고객들이 있었다.  여기에 더 나은 제품을 고안할 줄 아는 안목과 제품을 직접 만들어 낼 줄 아는 maker로서의 능력이 얹어지면서 사업이 시작 된 것이다. 지금 우리가 아는 모습으로 유명해 지기전에, 이미 Patagonia는 시장 1위를 차지할 만큼의 제품을 만들어 낼 역량을 갖춘 기업이었다.

특유의 철학과 가치관도 바로 Chouinard에서 비롯된다.

그는 평생을 자연에서 살았고, 사업은 그에게 그런 삶을 지속하기 위한 생계 수단이었다. 자연이 먼저였고, 사업은 나중이었다. 자연을 사랑하는 그의 눈 앞에서 환경이 파괴되기 시작하자, 그는 사업 방향을 돌린다. 아름다웠던 암벽들이 사람의 손에 의해, 그 자신이 만든 못에 의해 망가져 가는 것을 보며, 암벽을 내가 오르기 전의 모습 그대로 돌려 놓자는 Clean Climbing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매출의 70%를 일으키던 Piton사업을 철수하고, 벽에 박아 넣기보다 틈에 끼워넣는 형식의 Chock를 만들어 대안을 제시한다. 자연 안에서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워온 그였기에, 그 자연을 지키기 위해 사업의 모습을 바꿔 가기 시작한 것이다. 진정성이 이런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형성 과정

그 외에 구체적인 Business Practice도 눈여겨볼 점이 많지만, 지금 내 시점에서 내가 눈여겨 보고 실천을 고민해야 할 부분은 바로 이 지점들이었다.

파타고니아도 창업자의 진정성 있는 자아와 역량이 만나 탄생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자아 찾기, 30대로서의 목표인 이립에(而立) 충실하려 노력하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기

자연을 사랑한다며 거창하게  ‘Save 남극이니 아마존이니’ 하지 말고, 우리동네 뒷산 우리나라 예쁜산들, 그리고 그 산에 나무며 풀부터 사랑하고 봐야 한다. 그래서 식물탐사트레킹과 캠핑을 떠났다. 가족 여행에서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 위해 조금 더 신경써봤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정말 너무 쉬웠다, 알면알수록 보려고하면 볼수로 정말 내가 간과하고 있었던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들을 만났다. 쉽지 않은 것은 실천하는 것이다. 캠프나 캠핑을 떠나 정말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고 돌아온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계속 노력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원없이, 하지만 깊이 있게 좋아하기로 했다. 그게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르지만, 그냥 재미있다. 그 예로 음식 중에 냉면 사랑이 있다. <냉면열전>책으로 얻은 지식을 뼈대 삼고, 근처에 맛집들을 다니며 얻은 경험을 얹어가고 있다. 너무 재미있다.

To be a Maker

Yvon Chouinard는 19살에 스스로 제품을 만드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애석하게도 나는 내 아이디어를 제품화 시킬 수 있는 역량이 없다. 요즘은 Web Development를 공부하고 있고, 친구들과 시제품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파타고니아는 그렇게 내게 진정성이라는 키워드로 남았다. 나만의 진정성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게 된다면, 그 나머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될 것이다. 그때 이 책을 다시 읽고 싶다. 마치 성경처럼, 두고 두고 계속.

진정성을 얘기할 때 주의해야 할 것

여기까지 얘기하고 끝난다면, 파타고니아 찬양으로 끝날텐데, 환경단체가 보는 파타고니아는 실제 어떤 업체일까? 잘은 모르지만, 그린피스에서 발간한 ‘아웃도어 장비에 사용된  유해 화학 물질’ 관련 보고서를 보고 다소 충격을 먹었었다. 파타고니아의 제품에서도 여지 없이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 된 것. 친환경에 대한 정의와 기준이 사람마다 달라서, 모든 사람의 기준을 충족시키기는 파타고니아 조차 쉽지 않다. 그러므로 함부로 친환경 등의 대의를 얘기해서는 안된다는 점도 염두해 둬야 함.

 

Patagonia _ Greenpeace
Greenpeace의 보고서 Leaving Traces(전체 보고서 보기: https://goo.gl/orJ5ak)

 

[순천 진도황포냉면]냉면 위에 육전, 만두 안에 육즙

연휴의 직전이었던 9월 29일 금요일.

순천으로 갑작스럽게 출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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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의 도시 전라도 답게, 곳곳에 대형 태양광 발전소가 있었다.

저녁을 먹고 올라와야 했다. 냉면 매니아 답게 머릿속에 더오르는 건 시원한 냉면 육수의 맛!

그리고 이 곳은 또 음식 맛있기로 유명한 전라도 아닌가? 이 동네 냉면 맛집이 어디일지를 검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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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발견한 “진주황포냉면”!!

진주식 냉면이라는 점에 끌려서 이 곳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보통 우리나라 냉면의 양대 산맥으로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을 꼽지만, 그에 대한 파생으로서 나름의 위치를 잡고 있는 게 백령도냉면과 진주냉면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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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냉면을 받았을 때, 오른쪽에 보이는 것들이 유부인줄 알았다. 먹으면서 알았다. “아, 육전이구나.”

가게에는 황포냉면을 맛있게 먹으려면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고 먹어야 한다고 써 있었다. 내가 원래 좋아하는 방식이다. (게다가 최근 우래옥에 가서 식초와 겨자를 쳤다가 완전 망한 적이 있었다.)

국물을 먹어보니 평양냉면처럼 슴슴하면서도 고소하고 깊은 맛이 있다. 그래도 평양냉면보다는 약간 더 맛을 느끼기 쉬웠다.

여기에 배와 육전을 저렇게 한 데 잡아 먹으면 정말 맛있다.

또,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으면서도 양이 정말 많았다(물냉 8천원 만두 5천원). 체중 80kg의 남성이 배부르게 먹기에 딱 좋았다.

집에 와서 나의 냉면가이드 <냉면열전>에서 진주 냉면을 다시 찾아 읽었다. 진주 지방은 평양과 더불어 과거 ‘교방(기녀를 중심으로한 가무 담당 관청)문화’로 유명했던 곳이라고 한다.  진주의 교방을 찾아온 전국의 높은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해 발달된 음식 문화인 것이다. 궁중 음식과 양반 음식의 문화가 남도의 풍부한 재료와 만났으니 더 말해 뭘 하겠나.

이 점을 생각하며 다시 육전을 보자. 귀한 소고기를 누가 이렇게 전으로까지 부쳐서 냉면에 올렸을까. 교방 문화에 그 유래가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선주후면이라하여 양반들이 교방에서 즐겁게 술마시며 놀고 마무리 삼아 시원~한 냉면을 시켰을 때, 그 때 상에 올라온 냉면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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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개가 나오는데, 2개는 이미 먹고 찍었음..

 

이 만두도 굉장히 특이했다. 일반 만두라기 보다는 딤섬에 가깝다. 씹는 순간 터지면서 육즙이 나온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한 판 더 시키고 싶었지만 참았다.

IMG_0207마지막으로 다음번에 방문 했을 때 풀어야 할 숙제. 냉면을 시켰더니, 아 냉면은 이 젓가락으로 드셔야한다면서 놋젓가락을 주셨다. 냉면 그릇도 놋그릇이므로 아마 세트가 아닐까 싶다. 왜 냉면은 놋젓가락으로 먹어야 한다며 바꿔 주신 걸까?

너무 맛있게 식사를 한 후 나도 모르게 저절로 손이 가서 명함을 챙겨왔다. 냉면을 먹고 일어나 사장님께 계산을 부탁 드리니 주방에서 일하다가 웃으면서 인사를 해 주셨을 때, 인상이 너무 좋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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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빠지기 #4] [MAGAZINE B 읽기 – 2] 캠핑을 준비하며 – NO.3 SNOWPEAK편을 읽고

매월 하나의 브랜드를 소개하는 잡지 Magazine B. 이 잡지가 세번째 소개했던 브랜드가 바로 Snowpeak였다. 매거진B 매니아인 나에게도 그런 브랜드(혹은 호)가 있다. 매거진B가 다룬 잡지 리스트를 쭉~ 보면서 “과연 내가 이 브랜드를 다룬 호를 구입해서 읽을 일이 있을까?” 싶은 브랜드. 캠핑에 관심을 갖기 전에 스노우피크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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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캠핑에 관심을 가지면서 바로 가장 먼저 찾아서 주문한 책이 역시 매거진B의 스노우피크호였다. 매거진B는 내게 항상 각 분야의 훌륭한 입문서가 돼 주었다. 영화 LA LA Land를 보고 째즈에 관심이 생겼을 때 ECM편을 읽었고(Cast B의 역할도 컸다), 커피에 관심을 갖고 인텔리젠시아편을 읽었다(커피에 대해 나름 많이 배웠다). 구매로 이어진 경우도 많다. 캐리어를 바꿀 때가 되자 나는 리모와를 읽고 결국엔 리모와를 샀으며, 스트리밍 서비스를 들어야 한다는 결심이 서자 결국 Apple Music을 구독 신청했다.

매거진B의 장점 중 하나는 그 분야의 그 많은 브랜드 중 딱 그 브랜드 뿐 만아니라 경쟁자 업체를 함께 다룬 다는 것. 맹목적으로 구매하는 게 아니고 나름 그 중에서 비교하게 된다. 프라이탁이 그런 경우다. 그 스토리는 맘에 들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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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B를 통해 알게 된 여러 브랜드 처럼, 스노우피크도 내게 여러 시사점을 주었다.

  1. 창업자는 산을 좋아했고, 필요한 제품을 자연스럽게 만들게 됐다. 마치 Patagonia와 비슷한 스토리다.
  2. 스노우피크가 시작된 니가타 현 산조 시는 1600년대부터 금속 철강 산업이 발달한 지역이었다. 스노우피크의 컨셉을 품질로 뒷받침할 인프라(협력 업체)가 충실했던 것이다. 나도 미래의 사업을 고민하며 이 부분을 생각해 보곤 한다. 국내의 수준이 워낙 높아서, 세계에서도 통할 만한 부분이 무엇이 있을지. 미용/뷰티 쪽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스노우피크 본사 캠핑장(출처: topsy.one)

3. 스노우피크의 신축 본사 건물 앞에는 직영 캠핑장이 있다. 캠퍼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브랜드와 가까이에서 소통하며 캠프를 즐겨서 좋겠지만, 회사 차원에서는 의미가 더 크다. 사무실에서 일할 때 캠핑장에 있는 캠퍼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왜 일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는 점이다.이보다 더 목적의식 혹은 방향감을 완벽하게 제공할 수 있는 회사가 얼마나 될 까.

4. 모든 직원이 사용자가 되는 브랜드. 이 역시 파타고니아와 마찬가지다. 직원들이 기본적으로 캠핑을 좋아하는 캠퍼들이다. 제품에 대한 피드백과 새로운 제안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

5. 동양은 가족 단위의 캠핑을 떠나는 반면, 서양에서는 보통 백패킹 등 삼삼오오 어울리는 캠핑이 많다는 점. 각 국가별로 많이 팔리는 제품을 인포그래픽으로 나타냈는데, 그 부분도 재밌었다. 나라마다 다르게 즐기니, 시장이 아예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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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py Cat에 대한 그들의 회답. “신경 써본 적 없다. 그들은 결코 오리지널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주말엔 캠핑’에도 그런 캠퍼가 있었다. 자기는 제품에 철학과 가치를 담는 오리지널 업체들의 제품을 구매한다고. 가격차를 보니 그러기 쉽지 않더라. 단순히 오리지널이라는 가치에 돈을 지불한다기 보다는, 어쩌면 그런 브랜드를 자기가 이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또 다른 가치를 우리에게 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과연 결국 스노우피크의 제품을 구매하게 될까? 아직 모르겠다. 내게 맞는 캠핑과 장비가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당분간은 더 대여를 해서 쓸 것 같다.

 

 

[자연에 빠지기 #3] 캠핑을 준비하며 – ‘주말엔 캠핑(성재희 윤영주 지음)’ 을 읽고

지난 주 토요일과 일요일, 경북 영천으로 첫 캠핑을 다녀 왔다.

나의 첫 캠핑을 준비하며 읽은 책이 네 권 있다. 두 권은 캠핑 관련 책이고 두 권은 내가 캠핑에가서 보고자 했던 숲과 나무 관련 책이다.

그 중 나에게 훌륭한 캠핑 입문서가 돼 준 ‘주말엔 캠핑(성재희 윤영주 저)’를 읽으며 느낀 점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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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1명의 캠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가 누구와 왜 어떻게 어디로 떠나며, 가서 무엇을 하는지, 더불어 캠퍼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장비에 대한 정보도 제공한다.

저자인 성재희 윤영주 님께서는 머릿말에 캠핑이 대세, 주류, 유행이 됨에 따라 캠핑이 메뉴얼화 되고, 장비 위주의 문화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경계를 드러내셨다. 그래서 서로 다른 이유로 다양한 방법으로 캠핑을 즐기고 있는 11분을 선정하신 것이다.

캠핑 초보인 나도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말씀하신 것처럼 “넓게 파야 오래팔 수 있다”. 그렇게 획일적인 문화에서 그친다면 캠핑에 대한 열기는 금세 사그라 들 것이다. 내게 있어 캠핑의 본질은 자연과의 만남, 매일의 삶에서 한 발자욱 떨어져 그 시공간을 함께하는 사람과 공유하거나 혹은 혼자 오롯이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본질에 충실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을 우리 스스로가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초심자로서 이 부분을 염두하며 캠핑을 준비했다. 필요 없는 요소와 장비는 과감히 포기했다. 예를 들면 침낭이다. 아직 초가을이므로 이불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그랬다.

이렇게 필요한 전체 장비가 무엇인데, 그 중 내가 필요한 게 어떤 장비인지 선택하는 것 조차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책에서 정리한 기본 캠핑 기어 10과 11명의 캠퍼가 추천하는 장비와 그들의 생각을 보는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 어떤 장비를 언제 왜 쓰는 지 알아야 선택이 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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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외에도 내가 이번 캠핑을 통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계획을 짰다.
인파는 피하고 싶었다. 친구들과의 대화에 큰 의미를 두고 싶었다. 우리는 만나면 끊임 없이 얘기한다.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하여 서로 가감없이 얘기한다. 밤에 떠드느라 눈치 볼 필요 없는 장소를 원했다(생각해보니 예전에 미국에서 캠핑하다가 옆 텐트 사람에게 혼난 적이 있다.)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해 좋은 음악을 듣되,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영천에 유명한 임고강변캠핑장이 있지만, 그곳은 한 눈에 봐도 이런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 텐트가 정말 빼곡했다. 대신 친구 아버님이 최근 마련한 주말 농장에 자리 잡았다. 주변에 인가가 없어서 우리에게 최적의 장소였다. 초보 캠핑자라 갑작스럽게 도움이 필요할 경우 친구 부모님 댁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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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11팀의 캠핑족들을 보며 앞으로의 내 캠핑에 대한 힌트나 바람을 몇 개 얻었는데 아래와 같다.

1) 몰려다니지 않기
2) 가족과 함께 하기(캠핑은 가족을 비롯해 인간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주는 특효약 같은 느낌?)
3) 장비는 자신만의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것으로 하며, 하나를 신중히 사서 오래 오래 쓰는 것
4) 어떤 장비를 가지고 거기서 뭐했는지 보다, 그곳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중심이 되는 캠핑
5) 내 스타일은 자연에 보다 가까워지는 캠핑은 카누 캠핑이나 백패킹에 가까워질 것 같다.
6) 일본의 캠핑 문화가 우리보다 앞서 있다는 점. 서칭을 좀 해봐야겠다.

끝으로 많은 이들이 ‘자연’과의 교감을 위해 캠핑에 나서는데, 자연을 즐기자며 떠나서 자연을 훼손 시키거나 부담을 주고 있지는 않을지 걱정 됐다. 우리의 캠핑도 자연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 하고 싶었지만, 슆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하여 더 고민하고 실천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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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B 읽기 – 1] No.46 Pantone

매거진B와 자존감

[1. Magazine B 읽고 정리하기를 시작하며]

내가 Magazine B를 읽고 글을 올리는 게 이게 처음이라니! 그간 이 잡지를 20여권을 사서 읽었는데 내가 이제서야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게 어이 없을 정도다. 잡지를 읽으며 매번 일기에 혼자 정리하는 것들을 이제 블로그에도 글로 정리해 놓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쓰는 일기의 장점은 편년체식으로 매일의 일상과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인데, 단점은 그 생각들을 주제별로 묶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내 일기에서 ‘Magazine B’ 감상 만큼  따로 떼어 정리하기 좋은 주제도 없을 것 같다.

좋은 독서를 할 때, 나는 그것을 온 몸으로 느낀다. 좋은 독서는 단순히 지식 습득을 넘어 내게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생각을 일기에 옮기고, 옮기며 드는 생각을 또 적다 보면, 생각을 머리로 하는 것인지 손 끝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싶은 순간이 찾아오고는, 곧 손이 아파온다. 그 통증 그리고 바쁘게 글을 적어 내려가는 흥분감을 통해 나는 좋은 독서를 온 몸으로 느낀다.

Magazine B는, 정도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매번 그렇다. 내게 항상 새로운 시각을 준다. 매일 보던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하고, 다른 걸 느끼게하고,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나는 이 블로그에 그 생각들을 옮기려 한다. 각 브랜드나 잡지의 내용을 쓰기 보다는, 그 생각을 간단하게라도 옮겨 놓는 데에 집중하려한다. 기록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 생각이 삼천포로 빠져 그 브랜드와 전혀 상관이 없을 수 있다. 난 개의치 않고 그냥 적겠다. 기록에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재밌다.

[2. Pantone편을 읽고]

1. 사실 내가 처음 권별 리뷰를 남기는 호로서 Pantone은 큰 의미는 없다. 별 생각이 안들어서 금방 정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착수했다는 게 이유라면 이유다.

2. 이번 Pantone 호는 ‘디자인’ 그 중에서도 ‘색’이라는 요소를 새로 보게 했다. 오늘 광주-순천으로 일일 출장을 다녀오며 이 책을 봤더니, KTX에서 책을 읽고 내려서 둘러보는 그 낯선 도시들에서 나는 어느새 색을 찾고 있었다.

3. 표준. 매번 다르고 사람마다 달라 불편할 때 우리는 공통의 기준을 만들고 표준화를 시킨다. Pantone은 색에 그것을 도입한 최초의 기업이었다. 잡지에서 소개한 네트워크 효과라는 것이 딱 맞는 말이다. 표준이 되어 누구나 그것으로 소통하니, 안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

4. 색은 그 자체로서 감정을 일으키고, 그것이 주가 되기도하고 배경이 되기도 한다는 것. 정체성을 투여하기 좋은 수단이라는 것.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을 색으로 가르는 것 처럼.

5. 그래서 ‘색’은 우리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종합적’ 경험에 한 요소인 것이다. 이 시대는 물건보다 이 ‘종합적 경험’을 파는 시대 아닌가. 시각과 청각을 중심으로 한 이런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 다채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또 고민하는 요즘이었다. 안 쓰던 스트리밍 서비스도 가입해서 요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듣고 있다. 상황에 맞는 음악을 트는 것도 능력일 것이고, 어쩌면 언젠가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에 포스팅에 각각 어울리는 음악을 까는 기능까지 생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런 종합적 경험 영역에 색이라는 영역이 추가 됐다고 할까?

6. Tiffany & Co.가 1837년 ‘티파니 블루’라는 색으로 보석 색을 한 가지 색상으로 정리하고 브랜드의 색상으로 정했다는 것. “아니 1837년에 벌써 그런 생각을 한다고!?”를 느끼면서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2017년에도 아직 그런 식이 가능해!?” 이런 식의 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최근에 알게 된 ‘구닥’이라는 어플이 딱 맞는 경우인 것 같다. 고성능 그리고 스피디한 카메라 앱이  너무나 보편화 된 요즘 휴대폰 카메라를 일회용 카메라로 만들어 버리는 어플이라니. 전혀 거꾸로 가는 것 같지만 그 감성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 같다. 과거의 방식인데 현대에 도입하면 유효할 만한 것이 뭐가 또 있을까?

7. 위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이번 휴가 이용했던 ‘한옥스테이’가 떠올랐다. 과거의 건축 과거의 생활 스타일로 살아보기. 그리고 한옥스테이라는 것은 지켜야 할 대상에 지키고 싶은 사람의 ‘돈’을 이어주는 방법. 박제화 할 게 아니고 살아있게 하려면 물을 공급해 줘야 하고, 그것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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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여름 설악산자생식물원에서 찍은 사진

 

8. 둔색(鈍色). 일본 디자이너 오사나이 겐지 인터뷰에 나온 표현이다. 일본에서 둔색이라고 표현하는 색들이 있는데, 일본 문화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 색상들을 미국 회사 팬톤의 컬러 매칭 시스템에서 다채롭게 찾아보기 힘들다고. 둔색이라는 것을 그는 이렇게 설명 했다. ‘나이가 든, 묵직한 색’. 채도가 낮고 조금 둔탁한, 차분하고 운치 있는 색. 주색을 뒷받침하면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하거나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하는 색. 그리고 그것에 대한 일본의 애정.

작년 여름 휴가 때 설악산자생식물원의 안내사님께서, 소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그 뒤를 받치고 있는 여백 때문이라고 하셨을 때 소나무를 받치고 있던 저 하얀 구름의 색. 그런 색이 둔색이겠지. 요즘 정말 이런 아름다움에 빠졌다. 이런 여백의 미에 대한 애호는 우리 전통에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일본이 ‘일본의 아름다움’이라 주장하고 다니는 게 얄밉기도 하다. 내가 정말 더더욱 사랑해 주마.

 

 

[단양, 울진, 백암, 안동 여행기] 아름다움 편 – 우리 산과 건축

가족과 함께 단양에서 백암 온천으로, 그리고 안동을 다녀왔다. 다녀온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사진으로는 내가 본 아름다움의 100분에 1도 담지 못했다. 운전하면서 본 소백산맥의 멋은 그저 눈에 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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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행선지, 단양 제 1경 도담삼봉

 

처음 떠난 경북 여행 길에서 만난 산과 나무 그리고 안동에서 만난 우리 건축은 정말 놀라웠다.  정말 흠뻑 빠졌다. 나무 하나 하나는 마치 하느님이 제각기 빚은 작품인양 아름다웠고, 그 안에서 세월을 견뎌 온 우리 건축은 주변 산과 나무의 미관을 망치지 않고, 마치 함께 태어난 것처럼 조화의 멋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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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구주령에서 바라본 금장산.  산세와 그 산을 이루는 나무 하나 하나 모두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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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때 지어진 인공 호수 주산지. 사람들이 왕버드나무에만 빠져있을 때, 호수 건너 언덕에서 기죽지 않고 당당히 서있는 소나무에 끌려 찍었다.   

우리는 백암온천 한화리조트에서 첫 날을 보냈다. 단양에서 그리고 울진에서 산과 바다를 보았고, 비가 오던 둘쨋날 늦은 밤에 안동 하회마을에 위치한 지산고택에서 도착했다. 밤에는 날이 어두워 아무 것도 볼 수 없었지만,  추적 추적 비오는 소리에 잠이 깨어 문을 여니 한옥 마을을 둘러싼 산이 먼저 눈에 들어왔고, 듬성 듬성한 비 구름이 산 위를 유유히 지나고 있었다. 그 밑에 응기 종기 모여 있는 한옥도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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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한옥이 리조트보다 훨씬 좋았다. 여유를 즐기다가 오전 11시가 다 되어 우리는 길을 나설때, 이 고택을 오랜 세월 지켜오셨을 할머님께서 나오셨다. 짐을 싣는 동안은 먼저 와 우산을 챙겨주셨고, 우리가 떠날 때 ‘좋은 집 많은 데 우리 집을 찾아 주셔서 고맙다’며 인사 해 주셨다. 한옥마을 세계탈박물관을 들렸다가 유성룡 선생의 병산서원으로 떠났다. 병산서원 가는 길부터 서원 안까지 배롱나무가 아름답게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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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산서원 배롱나무에 유리구슬처럼 맺혀 있는 빗방울

지도에만 보이던 굽이진 안동의 강물이 모습을 드러낼 때 놀랐고, 서원에 도착해서는 말로만 듣던 우리 건축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놀랐다. 그 곳의 산과 나무와 처음부터 함께 만들어 진 것인듯, 주변 산세와 너무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서원의 모습에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으면서 ‘와’를 외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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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족 여행은 태백산맥으로 가기로 벌써 정했다. 소백산맥도 이렇게 아름다운데 태백산맥은 더 놀라울 지 설레면서. 그리고 그 쪽 어딘가에도 한옥스테이가 가능 할 지 알아보기로 했다.

우리 나무, 산, 숲, 그리고 우리 건축.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