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빠지기 #2] 식물탐사트레킹 – 용산가족공원을 다녀와서

나는 자연을 보다 진정성 있게 사랑하고 싶었고, 그 방법으로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자연부터 더 자주 만나고, 더 자세히 알아보는 노력을 하고 싶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이전 포스팅에서 보기)

하지만 혼자서는 안될 것 같았다. 혼자 뒷산에 오른다고 갑자기 뭐가 보이겠는가. 지난 여름 휴가가 생각났다. 가족과 떠난 속초 여행길에서 우리는 <설악산자생수목원>을 방문했고, 안내사님께서 그 곳에 서식하고 있는 식물들을 소개해주셨다. 마지막에 소나무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 것을 든든히 바치고 있는 여백 덕분이라며, 인생까지 돌아볼 수 있는 감동의 코스였다. 그런 가이드가 내게 필요했다.

 

160816 속초설악산자생식물원
설악산자생식물원의 안내사님은 일정 마지막에 이 풍경이 보이는 벤치에 우리를 앉히시고 도종환 시인의 <여백>을 인용하셨다. 나무가 아름다운 것은 그 나무를 뒤에서 선명하게 바치고 있는 여백 덕분이라고. 삶에도 그런 여백이 있을 때, 더욱더 선명하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라고. 

 

마침 그때 독서토론모임에서 뵀었던 손장혁 형님께서 진행하시는 식물탐사트레킹(https://onoffmix.com/event/102396) 을 발견하고 바로 신청했다. 보통 토요일 저녁에 나는 성당 주일학교에 나가야해서 시간이 없는데, 트레킹이 점심 때 쯤 진행되어 문제가 없었다. 딱이었다. 더 감사한 점은 그날 일종의 사고(?) 덕분에 국내 정상급 가드너님께서 세 분으로부터 3:1 과외를 받는 받는 호사를 누렸다는 점.

This slideshow requires JavaScript.

This slideshow requires JavaScript.

식물트레킹에 참여하기 위해 인천에서 출발하며 라디오를 켜자 정말 신기하게도 마침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나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트레킹이 진행되는 동안 또 마침 가드너님께서 이 시를 언급하셔서 너무 놀랍고 신기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 마음이 딱 그랬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면서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싶었다.

IMG_9309

기대 이상이었다. 알면 알 수록 신기한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이제 보면 당연하지만) 꽃은 식물의 생식기관이라서, 그 화려함의 이유 역시 곤충을 유인학 위함이라는 점. 또, 곤충의 눈에는 흰/검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래의 꽃 같은 경우에는 우리 눈에 그냥 흰 색으로 보이지만 곤충들 눈에는 꽃분을 향해서 지시등(?)같은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 식물을 키울 때의 팁도 많았다. 예를 들어 난이 꽃을 피운다는 것은 난이 거의 죽기 전이라는 뜻이다. 죽기 전 마지막 번식 노력인 셈이다. 트레킹을 다녀온 이후로 사무실 책상에서 키우는 다육이도 요렁있게 키우고 있다. 잎을 만져보고 물러진다 싶으면 물을 주는 것이다. 덕분에 잘 자라고 있다.

IMG_9333

IMG_9324

두번째 놀라운 점은 ‘식물’ 문화의 넓고 깊음이다. 식물은 도처에 널려있다. 그리고 새로운 종이 계속 생겨난다. 게다가 식물은 기를 수도 있고 먹을 수도 있어서 이야깃 거리가 무궁 무진하다. 이번에 다녀온 용산가족공원도 사계절 중 언제 가느냐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줄 테니, 그 무궁무진함은 다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IMG_9314

우리는 24시간 365일을 거의 인간끼리만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내가 모르는 곳에서 내가 모르는 이름의 식물들도 제 각기 바삐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들이 사는 방식을 알면 알 수록 우리와 어딘가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 수억년의 세월을 버텨내며 자연에서 익혀온 그들의 삶의 방식, 그 방식에 자체에 많은 의미들이 내포돼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런 확신은 내게 일종의 희망이다. ‘어떻게 살 것이냐’라는 고민이 여전히 많은 요즘, 그들을 통해 또 다른 그리고 보다 현명한 삶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트레킹을 넘어 등산을 그리고 캠핑을 떠나 자연을 더 가까이하며, 더 자세히 오래 살펴보며 빠져보고 싶다.

 

우리동네생태정원트레킹
위 식물탐사트레킹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온오프믹스에서 검색해 보세요! https://onoffmix.com/event/102396

 

Advertisements

[자연에 빠지기 #1] 동네 뒷산부터 사랑해야 한다 – Yvon Chouinard의 Let My People Go Surfing을 읽으며

 1. “나는 진정 자연을 사랑하는가?”

대다수의 사람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을 것 같다. 내 경우는 내가 하는 업무와 말 그리고 매일의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동 간의 괴리로 인해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그 시작은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평생을 바칠 분야로 신재생에너지를 택했던 2011년 이었다. 군을 전역한 직후였던 그 때 이후 나는 줄곧 신재생에너지 관련 활동을 했고, 지금은 직업이 됐다.

그렇게 약 7년의 세월을 보내는 동안 항상 마음 한 켠에는 ‘회의감’이 있었다. 내가 신재생에너지를 택한 이유이자, 신재생에너지의 존재 이유인 ‘자연에 대한 사랑’을 나는 과연 얼마나 매일 느끼고 있으며 실천 하고 있는 가?

2. “자연에 대한 사랑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가?”

자연에 대한 사랑을 얘기 하기 전에, 조금만 돌아가자. 나는 가치관와 철학이 분명한 기업을 사랑하며, 그 중에서도 친환경 가치를 표방하는 기업의 이야기는 더욱 관심이 간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회사가 의류 업체인 Patagonia이다. 창업자 Yvon Chouinard의 창업기와 그의 경영 철학을 담은 책, <Let My People Go Surfing>을 요즘 읽고 있다.

Let My People Go Surfing 외 Patagoina의 경영 활동을 다룬 책 2권이 Patagonia Business Library를 구성하고 있다.

 

Patagonia는 매출액의 1%를 매년 환경단체에 기부하고 있고, 그들의 광고에는 ‘우리 제품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걸려있다. 좋은 제품을 구입하여 오래 사용하는 것이 책임감 있는 소비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친환경적 가치를 위한 Patagoina의 첫번째 결정은 암벽등반가들이 암벽에 오르기 위해 망치질 하여 박아 넣던 Piton의 생산 및 판매를 전면 중단한 것이었다. 당시 Patagonia는 이미 미국 최대 아웃도어스포츠 장비 업체 였으며, 그 중에서도 바로 이 Piton 사업 부문에서 최대 매출을 얻고 있었다. Chouinard는 암벽등반 여행을 다녀와서 자신이 사랑했던 암벽들이 Piton에 의해 망가져 가는 모습을 보며 과감히 Piton 부문 철수를 결정한다.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세계의 암벽등반가들에게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은 손으로 끼워넣고, 사용 후 철거할 수 있는 Chocks라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었다.  암벽에 등반가의 흔적이 남아서는 안된다는 ‘Clean Climbing’ 이라는 개념이었다.

이런 결정의 이면에 있는 경영 철학과 친환경 가치는 단순히 ‘Branding’이라는 목적 아래 쉽사리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영자와 구성원들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이해, 그 진정성이 가능케 하는 것이다. 창업자인 Yvon Chouinard는 이제 막 걷기 시작했을 어린 시절부터 혼자 산과 바다를 돌아다니며 자연 속에서 성장했다. 사업은 그런 삶을 지속 하기 위한 수단이었지, 그의 인생 목적은 아니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았기에, 자연히 자연을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깨달음을 얻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환경보호를 생각할 때면 보통 다큐멘터리나 책에서 본 북극의 빙하이나 북극곰,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떠올린다. 우리 곁에 있는 동네 뒷산이며, 작은 실개천, 그 곳의 작은 생명체들은 그 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런 고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늘 그 자리에 있던 우리 동네 계양산, 계양산을 지나 가는 길에 푸르르게 서 있는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계양산에 골프장을 지으려던 계획을 온몸으로 막아낸 사람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자연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더 많은 시간을 그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이해하게 될 때 가능한 것이 아닐까. 교환학생 시절 다녀온 국립공원 여행에서 내가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그것을 일상 속에서 찾을 필요가 있었고, 나는 찾기 어렵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리고는 어제 (17년 6월 10일) 드디어 용산가족공원으로 식물탐사트레킹을 다녀왔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