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는 20대’를 마무리하고 ‘이립’하는 30대를 준비하며_2016년 12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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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를 마무리 하며]

연말을 실감하고 준비할 결흘도 없이 회사에서 연매출 마감, 1년간 사업 정산, 내년도 사업 심의를 정신없이 진행하다가 이제 보니 12월 30일 금요일.
손자, 아들, 교감 등으로 사회에서 불리는 이름 때문에 또 불려다니다 보니 벌써 12월 31일 토요일 저녁 8시. 나의 20대가 4시간 남았다.

왠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나의 20대를 정리하고, 또 다른 10년을 살아갈 마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식구들을 뒤로하고 급히 차를 몰아 카페에 앉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런 강박이 든 것은 아마도 20대를 시작하며 가졌던 나름의 다짐에 기대 이상으로 내가 퍽 잘 맞춰서 살았기 때문이겠다.
‘도전하는 20대’라는 모토가 내 싸이월드 프로필에 붉은색 크기 20 글씨로 ‘굵게’ 효과까지 더해 박혔고(그 이후로 한 번도 바꾼 적 없는데 싸이월드가 그 코너를 없앴다),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두 가지는 내가 읽을 책들과 내가 만날 사람들이다.”라는 문구는 내 프로필 사진 밑에 자리했다. 그 문구를 넣을 때 나는 30 살이 되면 꼭 그 문구로 내 20대를 돌아보겠노라 다짐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 이렇게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다.
‘도전하는 20대’라는 모토에 맞게 나는 정말 좌충우돌하며 살았다. 하나 하나 열거하면 남들에게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도전일 수 있지만, 당시에는 너무나도 버겁고 힘들었다. 그 도전들 속에서 나는 결국 다른 것도 아닌 더 더욱의 내가 되었고, 더 나은 내가 되어 갔다. 결국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앞으로의 30대를 살기 위한 문구를 고민하다가, 내 마음은 ‘이립(而立)’에 닿았다. <논어> ‘위정’편에 나와 30세를 가리킨다는 이립은 ‘세운다’라는 뜻으로, 김학주가 역한 서울대학교판 <논어>는 사회적 ‘자립(自立)’과 같은 뜻으로 번역했다. 세운다는 의미의 立자 뿐만 아니라 스스로 自자도 마음에 든다. 29살이던 2016년 내게 너무 부족하고 더 처절히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 바로 나 스스로의 생각, 즉 주관이기 때문이다. 연차와 나이가 쌓여감에 따라 더 이상은 A도 옳고 B도 옳소 라는 식의 마인드로 살아갈 수 없다. 주관이 뚜렸한 사람만이 이끌 수 있다. 사회적 자립을 함에서도 남의 생각을 그대로 차용한 프랜차이즈 식 자립이어서는 자립이라 할 수 없다. 독보적인 자립을 꿈꾸고 시행할 수 있는 30대면 좋겠다.
또, 철학자 강신주는 ‘이립’의 의미를 나무를 세움에 비유하며 살폈는다. 나무가 제대로 서려면 먼저 뿌리를 제대로 내려야하듯, ‘현실 감각’위에 우리 세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의민데 나는 ‘그릇’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나만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우고 싶다. 자립은 그렇게 정신적 육체적 능력이 되고 적절한 자원이 갖춰져 있을 때 가능하다. 그릇을 키우기 위한 노력은 20대 때와 다를 바 없이 계속 되야 하지만, 이제는 각종 도구(e.g.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도, 그것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끝으로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두 가지라고 적은 책과 사람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1. 책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독서록을 쓰기 시작한 2006년 11월부터, 책읽고 독서록 쓰느라 힘들 줄 모르고 보낸 군생활이 끝난 2010년,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중요한 책은 정리해서 글로 남겼던 2013년까지 내가 총 153편의 독서록을 남겼더라. 그 이후로도 꾸준히 책을 읽었으나 문제는 지금와서 나 자신에게 “지난 10년간 나한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이 뭐냐”라고 물어보니 떠오르는 책이 없다. 최근에서야 든 생각인데 책은 내 안의 생각과 마음을 지피는 장작일 뿐이다. 어쩌면 나무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은 것이다. 어떤 책을 몇 권이나 읽었는지 보다, 그래서 내가 내 맘속에 일으킨 불꽃이 무엇인지, 그 불꽃이 한 일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여전히, 어쩌면 영원히 책을 치열히 읽을 것이지만, 30대에는 그 불꽃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책을 읽어야 해. 이거 요약해보자. 기억해야해.” 이런 생각 보다는 매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삶속에서의 내 생각과 마음에 더 집중하는 것이다.
2. 사람
내 고등학교 시절 한국경제신문이 음으로 청소년 경제 신문 <생글생글>을 창간했는데, 매주 화요일쯤? 담임 쌤 교탁 위에 놓였고, 운 좋게 당시에 맨 앞에 앉아 있던 나는 그 신문을 매주 가장 먼저 읽었다. 그 신문을 통해 관심을 갖게 된 게 경영학이고, 경영학자 ‘피터드러커’였다. 하지만 피터드러커의 자서전을 읽던 고3의 나는 실망하고 당황했다. 내가 궁금한 것은 피터드러커라는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그는 자서전을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고, 재미가 없었는데, 20대를 살다보니 정말 어느 순간에 그게 이해되더라. 결국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난 사람들로 구성 돼 있다. 오늘의 나를 설명하기 위해서 언급되어야 할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시상식 자리도 아니고 한 명 한 명 언급하는 건 오바다. 고마움은 앞으로 많이 남은 삶을 살며 갚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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