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의 ‘안목’을 읽고 한국의 미를 엿보다

이 책은 발간된 지 한달이 채 안됐다. 17년 1월 31일에 발행 됐으니까.
나는 그때 마침 Magazine B의 무인양품(MUJI) 편을 읽고 있었다.

MUJI의 성공은 단순히 일본 잡화회사의 성공이 아니다. 일본의 정신, 일본의 미적 감각의 성공이다.
‘이것이면 충분하다는’ 정신, 선(禪) 사상을 제품의 디자인과 기획을 통해 표현한다.
그 사상이 제품으로 구현되는 범위는 면봉에서부터 필기류, 음식, 가구, 가전제품, 심지어 집으로까지 확장 되고 있다. MUJI의 철학은 일본의 철학으로 인식되고 있고, 그래서 ‘일본을 느끼고 싶다면 첫번째로 도쿄를 가고, 두번 째로 그 곳의 MUJI 매장에 가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런 MUJI에 감탄하면서, 나는 우리의 정신과 우리의 미를 고민했다.
왜 우리 기업들은 ‘제일주의’나 ‘빨리빨리’ 정신 외에는 딱히 기업이 그 존재로서 구현하는 사상과 가치가 없단 말인가. 우리에게 우리만의 미의식이나 철학이 처음부터 없기 때문이었을까.

그 고민이 마침 발간되는 이 책, 유홍준 선생님의 <안목> 에 닿았다.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미의식이나 사상의 부재가 아니라,
그것을 기업의 철학과 제품으로 승화시킨 기업의 부재 혹은 나의 무지일 뿐이라는 것을.
우리 민족이 추구한 그 미의식을 실감했고, 감동했다.

일본이 ‘절제’의 미라면, 한국은 ‘조화’의 미라고 한다. 한국 건축의 경우에는 단순히 그 건물 하나만 놓고 볼 것이 아니라, 그 건물과 주변의 조화를 함께 보아야, 그때야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린시절 우리 궁궐은 왜 이토록 ‘초라’하냐며 아쉽게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철없는 생각에 대한 해답도 이 책에서 얻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의 정신이 해답이었다. ‘검소하면서도 누추한 데 이르지 않고, 화려하면서도 사치스러운 데 이르지 않는다.’ 궁궐이 백성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서도 조정의 존엄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을 잘 보여준 전시가 리움의 <한국건축예찬-땅의 깨달음>이라고 유홍준 선생은 소개한다. 올해 또 열리면 꼭 가봐야겠다.)

이런 ‘조화’를 어떻게 기업의 활동으로 구현할 것인가, 이 떠오르지 않지만, 그냥 재밌다.

우리 문화의 그 깊이와 다양성에 정말 놀랐다.
이렇게도 크고 깊은 것이 이 세상에 존재했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심지어 없다고 생각했을까.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는 한동안 유홍준 선생이 안내하는 우리 멋의 세계를 떠돌아 다니게 될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세 벌써 그의 문장들을 노트에 받아 적고 있었고, 그의 생각이 내 삶 곳곳으로 퍼져 또 다른 생각의 생각을 낳았다.
나는 내 독서의 농도를 그 독서로 채워지는 내 노트의 기록으로 가늠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것을 넘어 섰다. 기록의 많고 적음 보다는, 기록을 해 나가는 동안의 내 흥분감.
종이에 생각을 옮겨 적는 동안, 또 다른 생각은 이미 두서 걸음 앞서 가 버리는 그 몰입감.
이 독서는 아마 그렇게 기억될 것 같다.

%ec%95%88%eb%aa%a9-2
책의 디자인 조차 아름답다. 조선의 백자 같은 느낌.
Advertisements

Share Your Thoughts and Help Me Grow

Fill in your details below or click an icon to log in:

WordPress.com Log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WordPress.com account. Log Out / Change )

Twitter picture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Twitter account. Log Out / Change )

Facebook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Facebook account. Log Out / Change )

Google+ photo

You are commenting using your Google+ account. Log Out / Change )

Connecting to %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