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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는 행복한 삶]

2.26대란이 일었던 지난 2월 26일, 나는 모토로라 레이저(중고)를 주문하며 약 반년 간의 2G폰 생활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러 사정 + 게으름으로 인해 개통은 오늘에서야..)

이런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분들도 주변에 꽤 있는데, 이 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나름의 설명도 할겸, 앞으로 스마트폰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카톡 답신이 늦어질 분들에게 미리 양해도 드릴 겸, 내 반년간의 “스마트폰 없는 행복한 삶”에 대한 리뷰를 남겨보고자 한다.

스마트폰의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는 특질은 사람을 편리하고 심지어 ‘Smart’하게도 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사람을 불편하게 하고 Unsmart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우연히 스마트폰을 분실한 직후의 1-2주 간은 굉장히 불편하고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나 자유로움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내가 내 시간을 주재한다는 느낌이 너무 좋다. 그 장점을 열거해 보자면,

1. 시간을 생산적으로 쓸 수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갖는 독서 시간을 원래 너무나 사랑하지만, 스마트폰이 있을 땐 그러기 보다는 아무 생각없이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한번 봤던 타임라인을 몇 번이고 다시 보곤 했다. 특히 그렇게 이동 중에 나도 모르게 허비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아까웠다.

스마트폰이 없어진 후로 나는 보통 하루 3시간의 이동 시간 동안 잡지와 신문 혹은 책을 읽었다. 지난 방학 동안은 그 시간에 중국어 공부를 했는데, ‘익히기’를 할 경우 이동 중에 할 수 있는 분량이 엄청 많다는 사실에 정말 놀랐다.

2.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정보를 주로 내 관심사와 연관된 수 많은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통해 얻곤했다. 여기에서 문제는 그렇게 내게 노출된 정보가 꼭 시간을 투자할 가치를 지니지는 않다는 점, 그런데 손이 간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뉴스피드는 나름의 알고리즘에 따라 내가 관심가질 만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제공하는데, 그것이 필연적으로 내게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절대 아니다. 또한, 같은 정보를 얻더라도 SNS에 떠돌아 다니는 정보 보다는 종이매체(가령 신문, 잡지, 책)을 통해 얻는 정보가 훨씬 낫다. 일반적으로 보다 믿을 만하며 깊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SNS가 갖는 신속성과 다양성을 나는 너무 사랑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깊이와 속도, 둘의 균형이 필요하다.

특히, 그 깊이 면에서 좋은 예가 <The Economist> 인데, 지난 12월부터 정말 애독하고 있는 잡지다. 왜 이 잡지를 왜 저널리즘의 최고봉이라고 하는 지를 매주(주간지) 감탄하면서 실감하고 있다. 기사 하나 하나를 통해 단순한 정보가 아닌 insight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데이타들을 얻고있다. 물론 아이패드로 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글은 손가락으로 찍찍 내리면서 읽을 대상이 절대 아니다. 오로지 밑줄과 형광펜, 그리고 메모로 소화해내야하는 글들이다.

이 잡지와 더불어 경제신문도 같이 구독하고 있다. 과거 인터넷(SNS와 포탈)이 제공해주는 내가 ‘관심 가질만 한 정보’만 얻던 때와는 완전 다른 시각이 되었다. 국내외 돌아가는 소식을 ‘균형감’있게 얻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여기에서 균형은 양적인 면이다. 내가 ‘알아야 할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는 것이고, 논조 면에서는 두 언론에는 균형감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내가, 그리고 특히 The Economist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부분도 바로 이들의 뚜렷한 ‘색체’이다. 이 잡지를 통해서는 세계의 전통보수진영이 세계의 현안에 대해 가진 생각은 무엇이고 그에 기반하는 철학과 근거는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어설프게 이도 저도 아닌, 혹은 균형잡은 척, 그러나 실제 그렇지 않은 언론보다 100배 낫다. 적어도 내가 얻는 정보가 어떤 정보인지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물론 읽는 정보의 시각으로 부터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경은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균형잡힌 사고를 시도하기가 편하고, The Economist의 경우는 <Letters>에 자신들의 논조에 대한 반론도 올려준다. 여기에 이 잡지의 지난 기사에 대한 다양한 독자들의 시각을 담아 전달해 주는데, ‘아르헨티나의 100년에 걸친 쇠락’에 대한 글을 읽고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아르헨티나 경제부처의 의견을 듣는 것은 자못 흥미롭다. 편향되어 있으나 편협하지 않은 언론이라는 느낌.

두 신문 구독은 지난 겨울, “신문을 꾸준히 구독하는 습관을 기른 후에 그것이 쌓이면 내공이 어마어마해진다”는 한 어르신의 조언을 듣고 바로 구독신청한 것이인데,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 싶으면서도 지금이라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특히 이들을 스마트폰이 없이 즐긴다는 점이 너무 좋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내 손에 정보의 보고를 들려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페이스북에 들어가 나완 아무 상관없는 소식들에 나도 모르게 귀기울이며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다.

3. 사람의 능력 자체가 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20분마다 한번씩 자신의 휴대폰을 확인한다고 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현대인의 집중력이 20분 이상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The Shallows>는 이런 습관이 바로 뇌기능에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켜 사람의 집중력을 감퇴시킨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이런 스마트폰의 유혹을 의지력으로 그냥 극복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Manage your Day-to-Day>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유혹에 저항하려고 하는 우리의 행위 자체가 우리의 업무 능력을 저해한다고 한다. 그 유혹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반면 나는 종종 위에 언급한 글들을 읽으며 1-2시간의 완전 몰입 상태를 경험하곤 하는데, 스마트폰이 있을 때는 그 빈도수가 훨씬 간헐적이었다. 집중할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카톡, 페이스북 메시지, 이메일 확인이 어려워짐에 따라 오히려 시간을 내가 계획한 대로 사용하고 외부협조가 필요한 업무를 귀가 후에 몰아서 처리함으로써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Manage your Day-to-Day>의 저자들도 우리의 삶과 업무에 진정 의미가 있는 일에 우리의 에너지를 제대로 투여하기 위해서는 계속 몰려드는 각종 이메일, 전화, 메시지로부터 단절되어 집중력을 발휘하는 시간을 따로 가질 것을 제안하고 있다.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의 비결은, 한번에 오직 하나의 일만 하는 것이다. FOCUS.

4. 단, 이런 삶의 대전제는 나의 아이패드.
아이패드 덕분에 적어도 지하철 노선표는 언제 어디서는 확인이 가능하며 오프라인 사전을 다운 받아놓으면 공부할 때 인터넷이 전혀 필요 없다. 또한 낯선 곳에 가야할 때는 와이파이가 있는 지하철 역에서 사전에 지도를 찾아 스크린샷을 찍어놓았다. 정말 최고의 조합. 아이패드와 더불어 카톡 대신 전화와 문자로 연락해야만 하는 저를 이해해주시는 분들에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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