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나는 세계를 달린다: 서울대생들의 글로벌 인턴십 체험 수기

지난 6개월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4학년 1학기. 뜬구름같던 취직이 현실로 다가왔다. 현실이 눈에 보이자 그동안 많이 잘 준비해다고 생각했던 고민도 모두 원점으로 돌아갔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그걸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등의 고민들이 불안감과 함께 내 머리를 꽉 채웠다. 수업도 무엇도 잡히지 않았다. 덕분에 먼 길을 다녀왔다. 신재생에너지 업계에서 인정받으려면 최소한 공학 부전공이라도 해야 한다는 조언에, 진짜 전기공학과까지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물론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미 4학년이라 부전공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학교의 지침 때문에 바로 접었다. 고민에 빠졌다. 경호형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경호형님께서는 바로 그 주말에 시간을 내주셨다. 그날의 키워드는 “정리해고” 당시 한 태양광기업이 공중분해 되었다. 그 원인은 이것저것 손대지 않는 것이 없는 방만한 경영 때문. 아무튼 나 역시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면 공중분해될 짝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술자리였다.

그래서 정리된 요점은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이나 잘 해”였다. 정말 진리였다. 문과 중에서도 수포(수학 포기)인 주제에 공학이라니. 공학 학위가 아무리 멋있고 쓸모가 있어도 그건 내 길이 아니었다. 그저 내 욕심이었다. 내가 잘한다는 경영학이나 영어도 아직 걸음마 수준인데 말이다. 사실 진로문제를 제외하더라도 쓸데 없는 욕심이 왜 이렇게 많은 지, 이것 저것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것도 많고 하겠다고 저지른 일도많고, 그 결과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고, 불안하고, 답답하고, 우울하기까지 했다.

경호형은 길고 긴 이야기 끝에 준비해오신 이 책을 내미셨다. “왜 이 책을 추천하시는 건가요?”라고 묻고 싶었지만 읽으면서 추측해보고 나중에 다시 여쭤보자 싶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경력개발센터에서 학교 차원에서 추진한 ‘글로벌 인턴십 프로그램’에 서울대학생들이 도전한 기록이다. 학교 차원에서 발간했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입은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이 내게 남긴 것을 요약하자면 ‘글로벌’이다. 너도 나도 글로벌이지만, 이 독서가 중요했던 이유는 바로 직업 선택에 있어 고려할 요소들의 우선순위 중에서 ‘글로벌’이 차지할 순위를 한껏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방황했던 것도 어렴풋하게 추구하고 원하는 내 직장 환경은 많은데 그들 중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 순위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제야 비로소 순위를 찾아가고 있는데, 글로벌은 그중에서 꼭 챙겨가고 싶은 것 중 하나다.

왜? 성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닫혀있는 사람, 막혀 있는 사람이 아닌, 소통하는 사람, 세계와 통하는 사람, 세계와 경쟁하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고 그 소통을 즐긴다. 그게 바로 없는 살림에도 미국 생활을 했던 이유였으며, 미국 생활 이후에 더욱 강화된 부분이다. 더 넓은 시각으로 만나는 세계는 내가 알던 세계와는 달랐다.

이 책은 나처럼 ‘글로벌’을 지향하는 이들이 분투한 이야기였다.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이들을 보면서 내 꿈이 더 강화되는 것을 보았으며, 그들이 준비해온 것을 보면서 나름의 길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이 책은 성공담이라기 보다는 ‘실패담’이다. 국내 최고라는 서울대 학생들 중에서도 선발된 이들이 실패하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국제 무대에 도전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

이 책에 “내경쟁력은 시장이 판단한다. 일단 도전해 보자!”는 말이 나오는데, 사실 그 말처럼 일단 태양광 관련 여러 해외 기업들에 레주메를 보내보자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아이리니하게도 이 책을 통해 그런 글로벌한 계획을 보류하게 됐다. 그런 계획의 현실성을 의심하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가 국내 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언어와 생활환경이 익숙한 상황에서 ‘업무’에만 적응 하는 데에도 엄청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인데, ‘언어’, ‘업무’, ‘생활환경’ 3개 모두 익숙하지 않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특히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나의 기술적인 역량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한데 말이다. 그래서 국내 기업에서 해외 업무를 많이 하면서 그 3가지에 익숙해지고, 이후에라도 다시 국제기업에 도전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럼 이제 취직 문제로 넘어가자. 여기에 있어서는, “진정 자기가 택한 길을 사랑해야 한다”며 “한번 해 보자”가 아니라 “이것 아니면 안된다”는 마음으로 해야된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읽어보니 어떤 기업과 사랑에 빠지고 내가 그 기업에 필요한 인재로서 어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일인데 내가 너무 안일 하게 생각해 왔다는 생각이다.

우선 욕심을 버리고, 우선순위를 추려서 몇 가지 기업을 찾아 사랑에 빠져보아야겠다. 이 책안에서 서울대생들이 준비한 것 처럼 나도 그 기업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해야겠다. 그 어렵다는 글로벌 인턴십에 성공한 한 학생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데, 그 역시 바로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성공했다. 그는 반도체 칩관련해서 경력을 쌓아왔는데, 그 회사에서는 그 업무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70여개의 프로젝트를 모조리 확인 및 숙지했고, 그 중에 자기가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냈다. 인터뷰에서 이 회사는 그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예상했던 대로 대처했고,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지는 못 했지만 결국은 그 인터뷰 담당자의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다.

언젠가 읽은 기사에서도 100개의 이력서를 랜덤으로 보낼 시간에 몇 가지 기업을 찾아 치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합격률을 높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나도 어서 그런 기업을 찾아서 분석해 보잣!!
이 글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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